세상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혼자만 잘 살려 해도 공부를 잘 해야 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고, 취직해서는 남보다 잘 해야 한다. 그 와중에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 먹여 살리며 교육까지 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은퇴할 때가 다가온다. 이런 관문을 모두 통과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사회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나 하나 잘 살 살다 갔다는 것이 전부다.
나 혼자 잘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운동가, 혁명가들이 그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불행한 삶을 살다 실패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란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냉대와 무관심, 박해 속에 좌절하고 가정을 돌 볼 여유가 없어 가족들과도 멀어지게 된다.
극히 예외적으로 권력을 잡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해피 엔딩으로 끝나긴 어렵다. 자기를 박해한 세력에 대한 복수, 장기 집권의 유혹 등 수많은 함정이 처음에 품었던 이상 사회 실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후 이상 사회를 꿈꿨던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동지까지 박해하는 괴물로 변했다. 제2차 대전 후 수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독립 운동 지도자들도 그렇다.
이런 숱한 장애와 함정과 유혹을 물리치고 위대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극히 예외적인 인물이 있다. 지난 주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넬슨 만델라다. 191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트란스케이의 음베조 마을에서 호사 부족 왕족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첫 흑인 변호사가 된다.
변호사의 편한 길을 버리고 모든 사람이 피부색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사회를 꿈꾸며 사회 개혁 운동에 뛰어든 그는 처음 간디의 영향을 받아 비폭력 무저항을 주장하다 남아공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을 경험한 후에는 무장 투쟁으로 선회한다.
그 결과 장장 27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 그는 보통 사람 같으면 일찌감치 자포자기 했을 이 세월을 자기 단련과 교육의 기회로 삼는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내부의 인종 차별 철폐 운동과 국제 사회의 압력에 굴복한 남아공 정부는 1990년 결국 그를 석방하고 그는 1994년 열린 흑백 자유선거에서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선출된다.
여기까지 만도 놀랄 일인데 그는 ‘진실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죄를 고백하기만 하면 자신을 포함, 흑인을 박해한 백인들을 모두 용서했다. 나중에는 고백하지 않은 백인까지도 처벌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종신 대통령의 길이 열려 있는데도 1999년 “남아공은 나보다 젊은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며 단임으로 물러났다.
27년의 감옥 생활에도 꺾이지 않은 의지, 원수를 용서하고 품을 줄 아는 아량, 스스로 권력을 헌신짝 버리듯 한 무욕에 놀란 사람들이 그를 “성인”으로 부르자 그는 “성인이란 노력하는 죄인”이라며 받아넘겼다.
그는 로벤 감옥에서의 어두운 시절을 윌리엄 헨리의 대표작 ‘인빅투스’를 읊조리며 견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복되지 않는 자’라는 뜻의 ‘인빅투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칠흑 같은 어두움으로 나를 덮고 있는 밤 한 가운데서/ 나는 정복되지 않는 영혼을 준 신에게 감사한다./ 역경의 한 가운데서도 나는 인상 쓰거나 크게 울지 않았다./ 운명의 매질 속에서 내 머리는 피투성이가 됐지만 굽히지 않았다./ 분노와 눈물의 이곳 저편에 그림자의 공포가 다가온다,/ 그러나 위협의 세월도 나를 두렵게 하지는 못한다./ 문이 아무리 좁아도,/ 형벌이 아무리 길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고,/ 내 영혼의 지휘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델라가 겪은 어려움의 반의 반도 맛보지 못한다. 삶이 어두움으로만 가득 차 있다고 느껴질 때 만델라와 ‘인빅투스’를 생각하자.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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