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보다도 도서관과 많은 인연을 맺었다. 이 인연은 대학 1학년때 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었던 국립중앙도서관 열람과에서 일하면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도서관 2층에 있는 책을 대출해주는 열람과에서 2년동안 일했다. 나는 이 기간동안 많은 좋은 책들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된 것을 각별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도서관을 학문적으로 좀더 체계있게 공부하고 싶은 맘이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60년도 후반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첫번째 공부한 것이 도서관학 석사과정이었다. 나는 미국에 도서관학이 석사과정은 물론 박사학위과정까지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랬으며 이 학문을 공부하면서 도서관에 도서관학을 전공한 전문직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학위를 마치고 메릴랜드 주립대학 도서관에 10여년동안 근무하면서 도서관의 여러부문엣 일했으며 부관장직을 마지막으로 조기은퇴, 방향을 바꾸어 사회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치고 대학교수가 됐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에 한국 한동대에서 부름을 받고 새로운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2002년 한동대 도서관 관장으로 교수와 겸직임명을 받아 대학 운영에 중요한 결의를 하는 대학교무위원인 보직교수가 됐다. 미국대학도서관경영의 경험과 도서관학 학위가 있다는 이유로 임명이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얻은 도서관 경험을 한번 잘 펼쳐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곧 허물어지고 말았다. 한국대학 도서관 관장직은 임기 2년으로 묶여있으며 도서관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교수가 맡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서관전문가가 오랫동안 관장직에 머물러 도서관을 발전시킬수있는 기대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 도서관이 있다. 하나는 문공부가 관장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가 관장하는 국회도서관이다. 두 관장직이 모두 차관급에 속한다. 그런데 이 두 도서관 관장직을 도서관 전문가와는 아무 상관없는 직업공무원이나 정치적인 인물로 채운다. 미국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관례다. 미국의 대표적안 도서관은 워싱턴에 있는 의회도서관이다. 의회도서관 관장직은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도서관전문가나 관계학자들이 맡는다. 그리고 임기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도서관 관장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도서관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관례는 의회도서관장 뿐 아니라 대학 학교 공공도서관 관장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회도서관 관장직은 제 1야당이 추천하는 정치인이 맡는 것이 관례로 되어왔다. 이 관례는 장관급인 국회사무총장은 여당이, 차관급인 국회도서관장 자리는 제1 야당이 나눠 갖는다는 1987년 정치적인 합의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아무 이의 없이 지켜져 왔다. 역대 야당들은 국회도서관장에 정당 당료, 지구당위원장, 선거캠프 인사 같은 정치권 출신으로 관장직을 메꾸어 왔다. 따라서 도서관 전문가나 관계학자가 아닌 정치인이 관장직을 2년이라는 제한된 임기동안에 맡아오다 보니 도서관은 발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걸어 온 것이다. 한국 국회의장은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 국회도서관 관장직을 맡을 사람을 제1야당인 민주당의 추천을 받아 곧 임명한다. 도서관 관장직 추천을 둘러싸고 민주당 일부에서 과거의 관행을 깨고 관장직을 전문학자에게 돌려주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신기남 의원이 "야당이 추천권을 갖고 있는 국회도서관장직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운동은 너무나 신선하다. 장서(藏書)와 자료집이 500만권에 달하고 연간 이용자 수가 1900만명 넘는 한국의 대표도서관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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