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기간이 한창인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서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가 들어와 학생 및 교직원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한 가운데(본보 17일자 보도) 이 사건은 시험을 연기시키기 위해 한인 하버드 재학생이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연방 수사국(FBI)에 다르면 지난 16일 오전 발생한 이번 허위신고 사건의 용의자로 하버드대 심리학과 2학년 재학생인 한인 김일도(20·영어명 Eldo·사진)군이 체포돼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FBI에 따르면 김군에게는 폭발물 설치 협박 및 허위사실 유포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5년의 실형과 25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FBI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30분께에 하버드대 교내 4개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이메일 신고가 들어와 학생과 교직원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현지 경찰과 함께 신고가 들어온 건물에 대해 수색을 벌였으나 찾지 못했다.

FBI는 발송된 이메일을 토대로 인터넷 IP를 조사한 결과 용의자로 이 대학 학생인 김군을 지목했으며 김군은 FBI의 심문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는 것이다.

FBI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16일 기말고사를 앞둔 김군은 오전 8시30분께 ‘캠퍼스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하버드대 경찰국과 학교 관계자, 학교 신문사 등에 발송했으며, 김군의 문제의 이메일에서 “과학센터와 서버홀, 에머슨 홀, 테이어 홀 등 4개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됐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라. 금방 터질 것이다”는 내용을 담아 급박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FBI는 이날 오전 9시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김군은 시험을 미루기 위한 목적으로 시험 장소인 에머슨 홀을 비롯한 4개 건물을 지칭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이메일이 발송된 시점에 학교 내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해 ‘게릴라 이메일’에 접속한 유일한 사람이 김군임을 밝혀냈고 16일 오후 김군을 조사해 자백 받은 뒤 체포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FBI 관계자는 “김군은 시험시간 약 20분 전 협박 이메일을 보낸 후 태연하게 시험장소로 이동한 후 알람소리를 듣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대피했다”며 “이 때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 머킬티오 출신으로 고교 시절 학교 테니스 및 수영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전국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우등생이었던 김군은 하버드대에서 교수의 연구를 돕고 학교 신문에 기고를 하는 등 활발한 학교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을 저지른 배경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정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