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고별사는 조지 워싱턴의 것이다. 1796년 두 번째 임기를 거의 마무리할 무렵 작성된 이 고별사에서 그는 정파와 국채, 외국과의 동맹의 위험을 강조했다. 이중에서도 그는 정치 파벌의 위험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정파는 국가 전체보다 자기파의 이익을 중시하고 정적에 대한 공격으로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생각했다.
1792년 단임으로 물러날 생각이던 그가 한 번 더 대통령 직을 맡기로 한 것도 알렉산더 해밀턴 재무장관이 이끄는 연방당(Federalist Party)과 토머스 제퍼슨 국무장관이 이끄는 민주공화당(Democratic-Republican Party))의 대립이 워낙 심해 이를 방치한 채 은퇴할 경우 나라가 두 쪽 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방당은 미국의 발전을 위해 강한 중앙 정부가 필요하다고 믿는 당이고 민주공화당은 정부가 지나치게 강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당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양당 체제는 미국 정치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제퍼슨의 민주공화당은 현 민주당의 전신이고 연방당은 몰락했지만 훗날 공화당이 출현해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에서 정파는 건국 이전부터 있었다. 독립 전쟁 이전에는 독립파와 왕당파가, 독립 후에도 연방파와 반연방파가 존재했다. 이처럼 두 파의 대립이 뿌리 깊은 것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냐를 놓고 두 개의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래 정부의 역할은 ‘독립선언서’가 천명하듯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의 보호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군대와 내부의 평온을 유지할 경찰이 필요하다. 이들과 함께 이들을 통솔할 권력자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권력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 정부의 권력이 비대해질 때 독재로 흐를 위험이 늘 존재한다. ‘평화를 유지할 정도로 강하지만 국민을 탄압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은 정부’를 만드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어느 정도로 강한 정부가 적당한 정부인가를 놓고 지금까지도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에는 군과 금융이 논쟁의 초점이었으나 이제는 사회 복지 문제로 옮겨진 점이 다를 뿐이다.
건국 후 160년 가까이 계속돼 온 작은 정부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1929년의 대공황이다. 대량 실업으로 노숙자와 빈곤층이 폭증하면서 정부가 이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루즈벨트의 뉴딜과 소셜 시큐리티 입법이 그 결실이다. 그 후 60년대 존슨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로 절정에 달했던 큰 정부는 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하면서 작아지기 시작한다. 웰페어의 신각한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996년에는 민주당의 빌 클린턴마저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다 2008년 금융 위기와 함께 큰 정부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오바마는 연방 국채를 집권 5년간 5조 달러씩 늘리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는 메디케어 이후 최대 사회 복지 프로그램인 오바마케어를 과감히 도입했다. 큰 정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요즘 큰 정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급속히 늘고 있다. 엉망진창인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덕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3년 반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최대 야심작인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다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이 웹사이트를 개발했더라면 이런 상태로는 출시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고 목도 열 개는 날아갔을 것이다.
현재 오바마의 인기는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아들 부시 집권 5년차 때보다 낮다. 큰 정부 신봉자인 오바마가 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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