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우리 스시바, 송년을 아쉬어 하는스시 팬들이 좌우로 술잔을 부딪쳐가며 낯선 옆 사람에게도 ‘Happy new year!’ 를 외치고, 한 해 동안 바에 앉았는데도 눈길 한번 제대로 못 주던 신참내기 스시맨 마저도먼발치에서부터 반색을 하며 어서오시라고 큰소리로 외칠 때다. 이철에 나는 생선이면 머리와 꼬리만 붙어 있으면 다 좋은 스시 소재이고, 요리하지 않은 요리를 최고로치는 일본요리에서 쉐프의 진면목을 보는것도 바로 이때다.
이철 참치는 여인의 붉은 입술만큼이나 고혹적인 색상부터 연분홍 치마폭에 눈꽃 피듯 화사한 무늬까지 부위마다 다른 속살을내 비치며 손님을 유혹하는데 과연 스시의꽃이란 이름에 걸맞게 스시 마니아들의 혼을 빼놓는다. 또한 농후한 맛의 겨울 방어는껍질을 벗길 때 껍질에 붙은 살의 세포조직이 많이 다치지 않도록 길고 빠르게 베어내야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이철 귀족 생선인도미는 유비끼(껍질을 뜨거운 물에 데친 것)할때 껍질을 베고 지나간 칼의 끝 날이 얼마만큼 얕게 살을 파고드느냐에 따라 새색시 볼 같은 홍조를 띈 자색을 잃지 않으며송이버섯이 피우는 듯한 은은한 향내를 음미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철의 진미이며 눈보다 흰 갑오징어를 부처의 사리만큼이나 뽀얀 햅쌀과 함께 빚어낸 스시는 먹기도 전에눈으로 그‘ 백치미’를 즐기는 것이다.
스시바는 그 집의 얼굴이다. 평소에 지나쳤던 ‘ 스시’뒤에 남겨진 작은 맛으로 식도락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자. 새우머리는 잊지 말고 튀겨 내놓아 미국의 생선 소비 1위인 새우의 숨겨진 맛도 일깨워주고,김은 쓸 때 마다 구워내 롤스시의 참맛이어떤 건지도 알려주고 와사비도 그때그때개서 신선한 와사비의 톡 쏘는 향이 얼마나 생선맛에 어울리는지도 알게 해주자. 또한 피조개나 스캘로프는 끓는 물에 순간적으로 데쳐내 조개 표면에 붙은 점액을 없애끈끈한게 입술에 닿는 불쾌감을 없애주고,이철 최고의 흰 살 생선인 광어를 잡고 난뼈와 껍질로는 맑은 숩을 만들어 그 시원한 액기스 맛도 보여주고 연어를 손질하고남은 머리뼈로 장국을 끓여 연어가 얼마나풍미가 뛰어난 어종인지도 알려주자. 또 간혹 찾을지도 모를 히레정종을 위해 말린 복어 지느러미도 잊지 말고 준비해 놓아야 할것이다.
식도락가들이 꼽는 외식 0순위인 스시!수백년 전통을 칼을 쥘 수 있었던 사내들의업(業)으로 칼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했던 일본 스시 문화는 시대의 접목으로 변화를 겪는 대신 대를 이어오는 고지식함이나 그 정직함에 그 무게가 더해졌으며 칼이 벼른이의 혼이 깃들어 있듯이 스시는 빚는 이의긍지와 자부심이 배어 있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아름다워야 했었다. 또한 오랜 세월을 두고 대를 물려 쌓아올린 신뢰와 예를갖춘 스시바는 오랫만에 찾은 고향집 같이마음 편히 앉아 각본 없는 대화를 즐기고잊혀졌던 옛추억을 되새겨주고 인정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했다.
이런 정서 때문에 미국에 있는 일본인들은 주인이 일본인이 아닌 스시 집은 안 간다. 애난데일 커뮤니티 공원 안에 작은 일본인 봉사실이 있다. 독서나 모임을 위한 공간이 있고 벽면엔 신간 서적으로 꽉 차있다.
봉사실의 후원단체 중에 몇 유명 일식집이등록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이들만의 독특한 정서의 스시 문화는 이 땅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변치않을 것이다 ‘. 퓨전’ 이 넘치는 요즘의 식문화에서 진정한 식도락은 이렇듯 오랜 세월을 가슴속에 담겨져 있는 그리운 맛과 정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닐까,세상은 참 아이러니 하다! 워싱턴 내셔널공항, 떠나는 자들이 붐비는 출발선에 자리한 스시바는 ‘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는 이들로 붐비는데, 북버지니아 한 카지노, 시간과 돈과 인파가 넘쳐나는데도 이 안의 스시바는 ‘환상’을 쫓는 이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해 고사 직전이다. 신뢰의 상징은 스시맨의 칼도 아니고 안량 문추의 목을 벤 관운장의 청룡은월도도 아니다. 그건 이발소에서 만난 한 가냘픈 여인의 손에 들려진 면도날이란다.
연중 제일 바쁜 이 계절 스시맨들이여!긍지를 가지고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