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시인이라 할 수 있어 저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애송하는 시 한 수쯤은 간직하고 있다. 강렬한 열정이 북받쳐 오를 때 혹은 절망의 늪에서 헤매던가 아니면, 감사에 넘치는 축배를 들려 할 때 떠오르는 말(시어)을 엮어나가 감상적인 페이소스를 일구어 낸다. 시정이란 것이리라.
풀뿌리 시인 김소월은 실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한 여인의 몸부림침을 그의 시에 담았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 에 뿌리오리라/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라/ ‘
조선나라 북녘 땅 여인의 강인한 결단의 의지를 보이면서도 님 가시는 길에는 자기의 분신인양 난만하게 피어난 진달래꽃을 밟고 가게 하는 순정이 있다. 애증의 교차로에 서서 봄 안개 속으로 발길을 돌리는 애인의 뒷모습을 눈에 그려본다.
미국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대표작 인생찬 는 ‘나에게 고달픈 말로 말하여 주지 말아다오/ 인생은 한낱 꿈이려니-Tell me not in mournful numbers/ Life is but an empty dream’이라는 14연작의 시어들로 꾸며진다. 희망과 용기를 북 돋아주는 이 시 는 강. 약. 약.의 운으로 시작하며 힘차게 울려 나오는 교향악을 연상케 하고 있어 어쩌면 거듭되어 찾아오는 불운을 헤쳐 나가려는 자신에 대한 격려의 시로 보는 사람도 있다. 소리 내어 읽는 시 낭독 모임의 꽃이라 하겠다.
우리 민족의 가장 사랑 받는 시인 윤동주는 항상 깨어있는 크리스천 시인 이었다.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 에도 괴로워했다.’ 윤동주를 존경하는 일본의 아이자와 가꾸(愛澤 革)는 일본 문단에 이 시를 번역 소개하고 그를 진지하고 평명(平明)하며 깊은 자문을 쌓아 갔던 시인이라고 평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이 이국의 땅 일본에서 거쳐간 도쿄, 쿄또 그리고 그가 27세의 젊은 나이로 감옥에서 옥사한 후쿠오카에서는 매년 일본의 뜻있는 문화인들이 모여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지난 날 우리 세대들은 독일 시인 칼 부세(1872-1916)의 시를 좋아들 했다. ‘저 산 언덕을 넘어 그곳에서 나 지금 배회하고 있노라/ 사람들이 그곳에는 행복이 있다고 말하기에-Uber den Bergen zu wander/ Sagen die Leute, wohn das Gluck/ 그러나 나 지금 눈물 흘리며 돌아오노라/ 사람들은 그곳에 행복이 있다 하던데(되풀이)’
일제의 강압이 끝나고 조국 해방을 맞는 과도기를 전쟁으로 지새우던 시절 우리들의 젊음을 불태워 가며 실망의 골짜기를 방황하던 데카당한 청춘들이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힝크리에 저격당해 병석에 누워있을 때 병문안을 간 팁 오닐 국회의장은 병상머리에 무릎을 꿇고 다윗의 시편 23편을 읽어 나갔다. 레이건도 쇠약해진 목소리로 그를 따랐다. 읽고 난 후 두 정치 거인들은 서로 포옹을 하고 새 생명을 주신 주님께 눈물로 감사 기도를 드렸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로 시작하는 이 시는 삶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지난날들을 회고하면서 소리내어 낭송할 때 시에 담겨있는 구구절절은 감동의 메아리를 치면서 우리의 가슴속 깊은 곳에 울려 퍼진다.
시는 ‘- 내가 여호와의 집에서 영원히 거하리라.’고 마감 한다. 다윗의 시편 23편은 우리들의 은혜로웠던 일생을 집약, 회고하면서 창조주에 올리는 축배의 노래요, 자기를 비워 감사로 건배하는 시중의 시요, 으뜸가는 서사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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