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말(世末)이다. 해마다 세말이면 바쁘다. 한 해를 결산하랴, 새해를 계획하랴 몸과 마음이 바쁘다. 해가가기 전 마무리해야 할 일도 있고, 우정 찾아 뵙고 고마움을 전해야 할 분도 있고, 꼭만나 망년지교(忘年之交)를 나눌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평소 뜸하던 동창들이나 선후배의 연락도 오고, 여기저기서 송년회 하자는 연락도 온다. 일출을보며 새해를 시작하자는 연락도 받는다. 연말연시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길목이다. 한 해동안 지나 온 길에서 배울 점을 찾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맞이할 때다. 자칫 그저 후회막급의 자애통이나 들뜬 마음 혹은단지 흥 돋우며 먹고 마시는 회식 자리보다는 차분한 세밑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한 해를 보내는 일은 여러 면에서 신경이쓰인다. 며칠 남지 않은 날을 골라 송년모임날짜를 잡아야 하고, 좌중을 웃길 유머나유행하는 신조어도 준비해야 한다. 회비는물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화제도 챙겨야 한다. 사정상 못 갈 모임에는 정중히 거절도 해야 한다. 옷차림도 은근 신경이 쓰인다. 연말이 되면 마음 쓸 일이 한 두 가지가아니다. 그러나 세말에 오랜 친구와의 만남도 소중하고, 동고동락한 동료들이나 소중한 가족 친지와의 만남도 중요하고, 혹은이른바 유력한 사람이나 사회적 명사(名士)와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꼭 챙겨야 할 대상으로 ‘자신’과의 만남을 권하고 싶다. 어느 하루 이런저런 번다한 일 다 물리고 조용하고 단출한 가운데‘ 자기 자신’ 곧 자신의‘ 마음’과 만나는 자리가 필요 하다. 그러고 보면 기쁨은 물론 고단하고, 아프고, 부끄럽고, 견디기 어려웠던 한 해의 모든 노고(勞苦)를 받아 낸 곳이 마음이다. 다시 기운을 내 새해를 함께 걸어야 할 절친 역시 마음이다. 마음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해 마다이때쯤이면 꼭 만나야 할 VVIP(Very VeryImportant Person)다.
옛날 지혜로운 어른들은 하루를 보내는일도 결코 가볍게 하지 않았다. 마음을 살피며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였다.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이 그것이다. 증자는 하루를 보내고 맞으며 첫째 다른 사람과 일을 하면서 진실 되게 했는가,둘째 벗과 사귀면서 믿음으로 했는가, 셋째가르침을 익히는데 부족함은 없었는가를돌아보았다고 한다. 조선의 성리학자 이언적(李彦迪)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모(歲暮)가 되면 그의 제자들에게 세모삼성(歲暮三省)을 요구 했다고 한다. 그 첫째가 한 해 동안 남에게 잘못한 일을 한 게 무엇인가에대한 반성이고, 둘째는 가족, 친족, 마을의일에 이기심으로 소홀히 한 일이 무엇인가를 반성하게 하였으며, 셋째는 자신의 양심에 꺼리는 일을 하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게했다고 한다.
세말이야말로 만사(萬事)를 제치고, 만인(萬人)을 뒤로하고 자기 자신 곧 자신의 마음과 마주해야 할 때이다. 태양은 하늘의 황도(黃道)를 따라 오고 가지만, 새해는 마음을 통해오고 간다. 일출(日出)은 눈으로 맞이하지만, 새해는 마음으로 맞이한다. 하루도, 새해도, 만인도 만사도 모두 마음을 통해 오고 간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경전인성경은‘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키라’고(잠언4:23) 말씀한다. 마음이 곧 복된 삶의 샘(泉)이라고 말씀한다. 선하고 즐겁고 복된모든 것이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씀이다. 훌훌 털어버림도, 참음도, 용기도, 자신감도, 희망도‘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이 곧 모든 것이다. 그러니 어찌 마음을 소홀히 할 수 있을 것인가?‘대학(大學)‘에도 마음의 중요성이 나온다.‘ 마음이 없으면(心不在焉),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고(聽而不聞), 먹어도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고 한다. 세밑 송구영신에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피고, 새롭게 하는 일이다. 마음과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다. 연말연시 꼭 만나야 할VVIP는 자신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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