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병기 倂記)하는 법안이 통과 되었다. 이는 분명 쾌거이며 동해의 반본환원(返本還元)이다. 일본해라는 표기 옆에 동해라는 이름을 나란히 표기 하는 게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인들과 순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로 대단한 일이다.
동해를 함께 표기하는 법안의 통과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교과서에서 사라졌던, 우리 한민족이 지켜주지 못해 잃어버렸던, 해 돋는 새녘의 쪽빛 바다인 ‘동해’라는 이름이 미국 교과서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민족에게 동해는 어떤 바다인가? 동해는 우리 애국가의 맨 처음에 나올 정도로 우리 한민족의 기상과 포부를 지닌 넓고 깊은 동쪽 바다의 이름이다. 동해는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풍상을 겪어온 우리 자신이요, 한반도를 터전 삼아 반만년을 살아 온 우리의 조상들께서 고르고 골라 전해 준 소중한 이름이다. 그 이름이 미국의 교과서에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동해의 반본환원이다.
이외에 동해를 함께 표기하는 법안 통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미주지역 한인의 줄기찬 역사의식과 끈끈한 단결력을 보여준 것이고, 미국 내에서 한인교포들의 사회적,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한인교포로서 자녀의 교과서를 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한 뜻있는 분과 여기에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소박한 양심과 순리를 향한 열정의 승리인 것이다. 나아가 한인들의 문제 제기를 새겨듣고 사실에 입각하여 소신을 갖고 법안을 발의한 한 미국 정치인의 정치적 집념과 국제 정치의 복잡한 정황에도 굴하지 않고 역사적 객관성에 기초하여 표결에 임한 성숙한 버지니아 주 의회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아직도 공식적으로 세계 지명에서 다시 ‘동해’를 찾기란 첩첩 산중이다. 1929년 동해는 세계의 지명에서 사라졌다. 일본이 국제수로국이 발간하는 공식 해도집(海圖集)에 일본해로 단독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 표기가 사용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동해 명칭을 잃어버린 채 지금까지 온 것이다. 민족적, 국가적 입장에서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굳이 기호학자들의 주장을 들지 않더라도 이름은 단지 실용적인 부호 그 이상이다. 지명이나 바다의 명칭은 더더욱 그렇다. 동해는 참으로 오랜 역사를 통하여 입에서 입으로 내려 온 이름이다. 동해는 우리민족을 먹여 살린 바다요, 우리 민족의 마음과 정신, 시와 문학과 예술을 만들어낸 정신의 샘이다. 동해는 우리의 역사이고 자주이며 우리 자신이다.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 자신과도 같은 동해라는 이름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다른 민족이 부르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를 수 없다. 일본 역시 오래 전부터 그 바다를 일본해라고 불렀다면, 그리고 흔쾌한 마음으로 그 바다를 함께 부를 다른 이름이 없다면, 자연 사이좋게 두 이름을 나란히 쓰고 함께 부름이 마땅하다. 그것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요, 그것이 함께 바다를 사랑하고, 함께 바다의 고마움을 나누는 일이다.
다행히 버지니아주에서 동해를 찾기 위한 자랑스러운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미국 연방 정부 입장이 바뀌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해양의 명칭은 하나로 쓴다’는 단일 명칭 원칙(Single Name Policy)을 고수하며, "일본해 단일 표기가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동해를 찾는 우리의 발걸음은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가 함께 손을 잡고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를 함께 표기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세계의 모든 공식 지도와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가 함께 표기될 때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도에서 동해 다시 찾기는 이름 찾기 그 이상이다. 동해 찾기는 이름 찾기를 넘어 한민족의 역사와 기상을 찾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