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으로 유학 길을 떠난 1960년대 만해도 한국에서 아침 밥상이 세 끼 중에 가장 풍부하고 중요한 밥상이었다. 중학교 교사를 하셨던 아버지는 출근 전 어머님이 차려놓으신 아침밥상에 우리 5남매와 함께 둘러앉아 아침을 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집 아침밥상의 특징은 모든 식구가 같이 앉아 드는 합상이다. 조부모님을 위한 겸상, 아버님만을 위한 독상은 우리 집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 아침밥상은 대화를 위주로 한 민주적인 밥상이다. 늘 대하는 아침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는 밥, 국, 김치, 그리고 주로 푸성귀로 이루어진 반찬들이었다. 가난 중에서도 어머니는 가끔 국에 쇠고기 기름기를 넣어 국을 구수하게 하셨다. 몇 달 만에 조기나 고등어구이가 밥상에 오르는 날이면 5남매는 젓가락을 들고 눈치 보느라고 바빴다.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늘 생선머리를 드시고 가운데 토막은 막내 밥그릇에 넣어주셨다.
아버님 생신 때에는 한 동네에 사시는 친척 어르신네들을 아침 밥상으로 초대하셨다. 초대연락은 맏이인 나와 바로 밑 남동생이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아버님 생신 아침밥상 초대를 전달했다. 어르신네들은 아침 밥상에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생일상에는 조금이나마 쇠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에 겨란찜이 곁들여 진다. 손님들이 계란 찜을 남기고 떠나면 우리 차례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한국에서 아침밥상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문화가 쳐들어와 아침밥상의 집단문화를 개인문화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문화의 특징은 빠름과 간편함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엄마의 사랑이 담겨져 있지 않고 대화의 광장도 없다. 어떤 경위이던지 한국에서 아칩 밥상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지금은 이 풍경이 나에게 별로 ‘쇼크’(shock)가 되지 않지만 내가 한국대학에서 가르치기 위해 2000년 3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처음 접했을 때는 큰 ‘쇼크’였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 아침 일찍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으로 몰려 들어가는 풍경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드링크를 들고 바쁘게 뛰어간다. 정말 아침밥상이 간단하게 해결되는 풍경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현장이다.
저녁에 보여주는 학생들의 풍경은 우리 마음을 더 쓸쓸하게 한다. 학생들은 학원버스가 떠나기 전 허겁지겁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 햄버거, 샌드위치, 또는 피자를 들고 나온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 온 학생들은 가족의 얼굴을 볼 사이 없이 잠자리에 골아 떨어진다. 그래서 저녁밥상의 문화도 없다. 그리고 가족 사이에 대화도 없다. 거기에는 개인주의만 있다. 한국의 아침밥상을 제공해주는 패스트푸드점은 맥도널드, 버거 킹 햄버거 점과 캔터키 프라이 치킨 등 미국산과 한국토종인 롯데리아가 있다. 편의점 쪽을 보면 한국식과 미국식의 혼합이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편의점 상호는 모두 미국식이며 간판은 하나 같이 한글이 아니고 영어로 되어있다. 이를 열거해보면 참 재미있다. 즉 MiniStop, Family Mart, Good Time, AmPm, GS 25, 7-Eleven 등이다. 미국 프랜차이스 7-Eleven을 빼고는 모두 한국토종이다.
한국문화의 특징은 집단중심이요 미국문화의 특징은 개인중심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양쪽에 모두 장단점이 있다. 집단중심은 상호협조와 단결을, 개인중심은 창의성과 독립성을 키워주는 장점들이 있다. 반면 전자는 의존과 책임회피, 후자는 자기 기준과 분열의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집단문화는 가족중심으로부터 출발했으며 그 핵심에는 밥상문화, 특히 아침밥상 문화가 있다. 한국에서 두 문화가 잘 절충되어 아침밥상 문화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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