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우울할 때 이발을 하면 좀 기분이 나아진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저녁에 이발소에 갔다. 머리를 깎고 있는데 이발소 TV에서 ABC-TV의 이브닝뉴스가 시작 되었다. 이발소에 있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여객선이 침몰되어 수백명의 학생이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믿기어지지 않는 이야기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뉴스앵커인 다이앤 소여의 마지막 멘트가 너무나 슬픈 목소리로 이어졌다. “어느 여학생이 아빠에게 보낸 마지막 셀폰의 문자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빠, 사랑해....”
이때였다.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미국인 여성미용사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 광경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나왔다. 이브닝뉴스의 마지막 장면은 딸이 살아오기를 바라는 어느 어머니가 부두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었다.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지금 세계가 한국을 쳐다보고 있다. CNN은 시간마다 말레이시아 MA370기 실종수색 대신 세월호 참사를 톱뉴스로 다루고 있다. “승객들에게는 선실에서 나오지 말라고 해놓고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도망갔다”등등 미국 TV들이 보도하는 내용은 ‘한국이 기초가 없는 나라,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다. 처음에는 세월호 참사가 슬프더니 요즘엔 창피한 생각이 들어 나는 매일 가던 수영장도 가지 않는다. 미국친구들이 “이봐,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끔찍한 사고가 코리아에서 일어날 수 있지?”하고 물어오면 대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고인데 아우성과 부조리만 있고 감동이 없다.
콜로라도 주 덴버의 펜실베니아 거리에 가면 ‘몰리 브라운의 집’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여성인 몰리 브라운은 덴버의 최고부자였다. 타이태닉호를 타고 있던 그녀는 타이태닉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구명보트를 양보하고 선객의 탈출을 도우면서 마지막으로 퇴선한 여걸이다. 덴버 시는 몰리 브라운의 영웅적인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녀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정하고 매년 중고등 학생들에게 박물관 견학을 주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몰리 브라운의 정신을 배우기 위한 현장실습 교육이다. 몰리 브라운의 일생은 영화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있다. 덴버가 가장 자랑하는 인물은 몰리 브라운 부인이다.
타이태낵 호가 침몰할 당시 스미스 선장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부터 구명보트에 내리도록하고 남자들은 마지막에 타라고 명령했으며 모두가 이 지시에 따랐다. 메이시 백화점 회장 스트라우스 부부, 억만장자인 철강업자 구겐하임 등은 “우리는 살만치 살았다”며 구명보트 승선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인들부터 태워 보냈다. 물론 스미스 선장도 배에 남았고 타이태닉을 설계한 토마스 앤드류스는 자신은 구명보트를 탈 자격이 없다며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몰리 브라운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22)의 눈물 나는 이야기다. CNN은 어제 박지영씨의 스토리를 톱으로 다루었다. 삶에서 죽음은 마지막 공부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얼마나 생생한 인생 공부인가. 박지영씨의 명복을 빈다.
세월호 침몰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물은 감사하면서 삶 자체는 고마워 할 줄 모른다. 유대인이 나치수용소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 자신들이 가진 것에 대해 평소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의 이모선장처럼 비겁하면 두 번 죽는다는 사실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