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만든 기발한 발명품인 온돌에 누워 단잠을 자고 그 따뜻하고 아늑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란 대단한 결단력이 필요했다. 어릴적 북녘 땅 한국의 추위는 매서웠다. 머리맡에 떠 놓았던 사발의 물이 얼어붙는가 하면 내쉬는 호흡은 포화 수증기로 변해 뽀얀 안개로 냉기 찬 방안을 채우기도 했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이런 겨울을 더 없이 사랑한 사람이다. 그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4월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거부하고 나섰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캐어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봄비를 깨웁니다/ 겨울은 오히려 따듯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7연작으로 이어지는 장편의 시 ‘황무지(Wasteland)는 ‘한 줌의 먼지가 가져올 공포를 보여 주리라‘하며 다음 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피할 수 없어 한 차례 몰아온 봄바람을 신호로 동면에서 깨어난 4월은 긴 기지개를 펴면서 눈 덮인 동토를 헤치고 새싹들을 지상으로 쏘아 올리는가 하면 추위에 헐벗고 있던 나무 가지들을 실시간에 녹색 의상으로 갈아입힌다. 화창한 날씨에 무리지어 있던 꽃 봉우리들이 남쪽 나들이에서 돌아 온 해님을 맞아 백화난만의 화려한 잔치를 벌일 쯤에는 4월의 축제도 한창이다.
진정 4월의 시작은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을 열고 죽음에서 일어선 부활의 날로 시작된다. 이 날을 기해 창조주가 지은 우주만물은 그 안에서 운영되고 모든 권세는 그의 통제하에 속하게 된다. 4월이 오면 4.19의 환호성을 잊을 수가 없다. 퇴근 길에서 목격한 젊은 지성들, 불길에 비쳐진 반짝이는 눈동자, 검게 그을린 그들의 얼굴에서, 분출하는 강렬한 열정에서 나는 희망찬 대한민국의 앞날을 엿볼 수 있었다.
4월은 혁명의 달이요, 변화를 가져오는 달이다. 1975년 4월에는 분열되었던 월남이 통일됐고 1989년 4월에는 베를린 장벽도 결국은 무너졌다. 우리의 조국이 두 동강 난 지 어언 69년 나는 지금 비몽사몽간에 하나의 환상을 보고 있다. 2014년 4월 그 어느 날 통일된 남북의 동포들이 감격에 목메어 목청이 터지게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모습이다. 나는 즉시 펜을 들고 통일 후로 미뤄 놓았던 서울과 평양, 그리고 워싱턴을 오갔던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3도시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주님! 바빌론에 포로 되었던 다니엘도 70년이면 족하다 하신 당신의 그 능하신 손으로 우리의 조국땅 허리를 깊게 졸라매고 있는 저 추하고 흉악한 가시철망을 말끔히 걷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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