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 초, 그러니까 20년 전이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100일 동안에 걸쳐 적게는 50만명, 많게는 100만명이 집단살해 되었다. 하루 평균 1만명이 생명을 잃은 셈이다. 이 나라는 후투족 85%, 투치족 14%, 기타 인종 1%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기독교 신자가 모든 종족의 80%였고 이슬람이 10%였다. 기독교는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가 비슷했다.
전 세계에서도 드물게 보는 신앙 강국이어서 종족들 간에 비교적 오랫동안 평화공존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후투족의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탈취해서는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국민을 무차별로 살해했다. 물론 정권의 영구소유가 목적이었다.
그것보다 20여전 전쯤에는 캄보디아에서 잔학한 인종청소사건이 벌어졌다. 영화 ‘킬링필드’로 상징되는 이 사건은 모택동주의를 신봉하는 폴 포트가 정권을 잡으면서 전 정권에 관계된 자, 군인과 경찰, 부유층, 도시 거주자, 지식인 계층, 베트남인들, 그리고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지도자들을 우선적으로 처형했다. 최대 800만명을 살해한 모택동의 문화혁명을 모형 삼았으며 영토 전체를 사형 집행장으로 만들었다. 전 인구의 20%인 170만명이 해골바가지로 바뀌었다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무엇에나 그렇듯이 사고에도 그 규모에 따라 경미사고, 소형사고, 중형사고, 대형사고, 초대형사고 등으로 나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뒤흔들어 놓는 경천동지 사고도 있다. 그런데 인명피해라는 기준에서 보면 최악의 참사는 바로 인종집단살해(genocide) 혹은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아닐까.
최근 인종청소와 관련된 책 한 권을 읽었다. 벤 키어넌이 쓴 ‘피와 흙’(Blood And Soil)인데, ‘스파르타에서 다르푸르에 이르는 인종집단살해의 세계역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책은 물론 히틀러 정권의 유태인 600만명 집단살해에 대한 야만적 행위를 낱낱이 고발한다.
유태인 학살은 가장 잔혹한 인종집단학살 사건이요 천인공노할 범죄행위 아닌가. 그런데 기독교와 가톨릭교회가 침묵과 은밀한 방조를 통하여 공범자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 건국 초기에 청교도들이 인디언 원주민을 비인간적으로 학대 살해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80% 넘게 기독교도들인 알메니안들이 이슬람국 터키에서 150만명이나 살해 된 아픈 역사도 읽었고, 임진왜란에서 왜군들의 조선인 대학살도 상세히 적어 놓았다.
인종집단살해 사건이 생기는 원인은 피가 다르다는 것이 제일 많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인 이해관계 곧 땅이나 자원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의 집단이기주의이다. 정권을 폭력으로 유지하려는 것도 큰 원인이지만 근대에 내려오면서 이념이나 종교가 다르다는 것이 훨씬 더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서 인종집단살해라는 용어보다는 이데올로기 집단살해로 바꾸어야 할 판이다. 공산주의 혁명 과정에서는 집단살해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고, 지금도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문명 충돌로 인한 집단살해사건이 인류 전체의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의 아베 총리가 안네 프랑크 기념관을 방문했다는 소식이다. 그 속뜻이 무엇이었을까. 혹시 독일과 일본을 구별하려는 정치적 의도는 아닐까. 독일은 안네를 포함한 유태인 600만을 잔인하게 처형했지만 일본은 오히려 ‘내선일체’ 정책으로 한국인을 잘 보호했다고 위장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인종집단살해는 막아야 한다. 온 인류가 지혜와 비용을 짜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것을 위하여 편견과 증오심의 싹을 잘라 없애자. ‘나만주의’를 벗어나 ‘너도주의’ ‘너만주의’ 인생관을 갖도록 하고, 종교들은 사랑과 자비라는 본연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무차별 집단학살 주범은 그 지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글로벌 법정에 세워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식인종이라면 야만인들이다. 그런데 그 식인종들이 문명인들의 집단살해범죄에 대하여 이렇게 논평했다는 것도 참고하면 좋겠다. “아니, 먹지도 않으면서 왜 그토록 많이 죽이는 거야? 정말 야만인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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