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또 일어났다. 더욱 답답한 것은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참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엄히 처벌하고 법을 치밀하게 개정해도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난 20년 동안에 우리는 10번, 즉 평균 한해 걸러 한번 꼴로 대형사고를 치러왔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온 나라가 야단법석을 떨고 신문과 텔레비전에 떠들어대고 정부 관리들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서 별의 별 소리를 다 해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0년 동안의 대형 사고들을 살펴보자.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 32명 사망, 1994년 충북 충주호 유람선 화재 30명 사망,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개스 폭발 사고 101명 사망,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502명 사망, 1999년 인천시 주상복합 건물 붕괴 55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190명 사망, 2008년 경기도 이천시 물류 센터 폭발 40명 사망, 2009년 부산시 실내 사격장 화재 15명 사망, 2014년 경남 경주 체육관 붕괴 학생 10명 사망, 그리고 이번 여객선 침몰 사건. 끔찍하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 일까. 내가 보기에는 우리 민족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보라. 소용없다.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이는 선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위로 회사 경영주, 민간선박 검사 업자, 정부기관 등 총체적인 직무유기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선박업계 뿐인가. 원전 납품비리, 군납 비리 등 국가 총체적인 안전에 관계되는 사업들에서도 사고가 빈번해왔다. 이런 일들이 현역 및 전직 정관계의 지도급 인사들에 의하여 일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정관계뿐인가. 서울시내의 교통질서를 보라. 세계의 손꼽이는 현대 문명도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수도, 백화점엘 가든 재래시장엘 가든 어디에서도 질서나 예법은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위의 지도층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준법정신과 예법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소수의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이상스럽게 되는 사회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들의 절대 다수의 정신적 체질이 편법과 무질서에 병들어 있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민족 전체의 문제다.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온 국민의 정신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몽운동을 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꾸준하게 온 국민이 참가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시작하여 국회에서, 정당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 매스컴에서 법과 질서와 예법을 지키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쉽고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계몽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의 사고와 사고 후의 무책임한 대처가 매뉴얼을 몰라서거나 선장의 경험부족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항해 전의 기계점검이나 사고 뒤의 인명구조 조처는 매뉴얼이 없더라도 상식적으로라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미국처럼 문화와 가치관과 풍습이 다르고 언어소통이 잘되지 않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가. 미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필요에 따라 개정하면서 강력하고 합리적으로 집행하려는 관료집단과 시민과의 합의에 의한 실천에 있는 것이다.
늦지 않았다. 새로 시작하자. 법에 의한 집행 뿐 아니라 하나의 운동으로써 시작하자. 이제 도덕적인 좌절에서 또 한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보자. 세계 최고의 도덕국가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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