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사표를 냈다. 박근혜대통령이 하야해야 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조화도 장례식장 밖으로 밀려났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한국을 배우러 외국인 150만명이 와있다는데 나라꼴이 말씀이 아니다. 정부는 물론 박근혜대통령도 위기다.
한국은 지금 전국이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분노는 핵폭탄처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이 분노의 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언제 터질지 걱정이다. 관리자의 말을 믿지 말고 요령껏 처신해야 된다는 것을 세월호 탈출과정이 보여주는 바람에 정부의 지시가 먹혀들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건이 워낙 드라마틱하고 생생하기 때문에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느낌인데다 알려지지 않았던 선장의 무책임이 점점 더 밝혀지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게다가 매스컴은 경쟁에 질세라 말초신경적인 황색 저널리즘에 빠져있어 분노의 불길을 조장하고 있다. 뉴스보기가 짜증난다. 한국인은 인정은 많은데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것을 사건 수습과정이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일본국민들이 보여준 차분한 태도와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무리한 출항을 허가한 해운조합의 무책임한 감독이다. 이 무책임한 감독을 파고들면 전직 공무원들이 퇴직한 후 해운조합의 간부로 취업하는 잘못된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차량 150대를 적재할 수 있는 배에 180대가 실렸고 화물도 해운조합에 신고한 657톤보다 500톤 더 많은 1,157톤을 적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칙이 안 지켜져 발생한 비극이다.
한국에서는 기초 규정을 존중하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고 앞뒤가 막힌 사람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3년 전에 내가 겪은 그같은 경험을 본 칼럼란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새벽에 김포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과속으로 질주하는데다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고 막 달렸다. 나는 참다못해 운전기사에게 “좀 천천히 갑시다. 그리고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정지 하세요”라고 말했더니 운전기사는 나를 힐끔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놀란 것은 버스 안에 수십명이 타고 있었는데 아무도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승객들이 나에게 동조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동조하는 표정이다. 모두가 운전기사의 비 원칙적 행동을 묵인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원칙을 주장한 사람이 세련되지 못하고 눈치 없는 인간으로 비쳐지기 마련이다. 바른 말 하면 바보가 되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만의 책임이 아니다. 해운조합에서부터 관계부처, 그리고 이를 미리 고발하지 않은 언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범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보다 ‘나’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가정교육에 있다. 부시대통령(아버지 조지 H.W 부시)의 집 가훈은 ‘Claims No More(자기 권리를 지나치게 주장하지 말라)’였다고 한다. ‘나’를 주장하지 말고 항상 ‘우리’를 중요시해야 내가 성공한다는 뜻이다. 나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나의 의무가 더 중요하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기자랑을 하면 아버지에게 굉장히 꾸지람을 들었으며 가훈에 기준한 가정교육이 자신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부시대통령은 회고한 적이 있다.
세월호는 한국의 모든 시스템이 ‘원칙’과 ‘우리’를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선진국 국민이다. 위기 일수록 국민이 단결해야 하는데 대통령 흔들기로 번지고 있으니 무정부 상태를 연상케 한다. 한국이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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