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형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고위관료들에게는 개혁과 변화에 대한 동기와 의지가 부족하다. 그들의 대부분은 명문대학들을 나오고 고시에 합격한 뒤 얼마 동안 각계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 관계나 정치계에 들어와서 새로운 사대부 계급을 형성하여 권력과 부와 명예를 세습하면서 참으로 좋은 세상을 누리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진보 쪽에도 참신함이 없고 보수 쪽에도 안정성이 없다. 그러니 백성들만 고달프고 법과 질서가 없으니 사업가는 사업하기 힘에 겨워 그저 눈치 것 타협하며 힘들게 부를 쌓아가다 보니 이런저런 불법을 저지르게 되고 크고 작은 사고를 치르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오는 동안에 언론이 제구실을 하였더라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처럼 불법과 무질서와 무책임이 편만한 사회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지난 1백여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자랑스러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이 놓여 있다. 법과 질서와 도덕에 대한 계몽운동이다. 객관성과 공정성만이 언론의 덕목이 아니다. 건전한 주관성을 가지고 시민을 선도하고 교육하고 접대(entertain)해주는 것이 언론의 큰 덕목이다.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도 하지만 그 거울로 언제 어디를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주관성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순수 학계와는 달리 언론은 현실 감각을 가진 지성집단으로서 산더미 같은 사실적 자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에 빚진 자이며 현실참여의 의무가 있는 집단이다.
이번 지하철 사건을 놓고 보자. 사건의 근본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도 전에 이런 저런 해결책을 내놓고 더러는 이미 집행하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에 대하여 별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야당 쪽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사고가 난지 이틀만에 성급히 10개 항목의 대응책을 발표했다. 그 발표 내용에는 얼토당토 않는 내용이 있을 뿐 아니라 결국은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하철 사고의 원인은 전동차가 20년이나 된 낡은 것이기 때문에 몇년 안에 몇백대를 새로 갈아치우겠다는 것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말이다. 2013년 10월 워싱턴포스트에 난 기사를 보면 지하철 차량의 수명은 보통 40년으로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지하철은 1976년에 개통했으므로 2018년을 목표로 헌 차량들을 모두 바꾼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어난 가장 큰 사고는 2009년의 충돌사고로 9명이 죽었으며 사고원인은 선로에 있었다 했다.
대중교통에 쓰이는 차량은 고장이 나기 전에 점검하고 부속을 바꾸게 되어 있다. 어떤 부속들은 일정한 시간을 쓴 뒤에는 성능이 멀쩡하더라도 무조건 바꾸게 되어 있다. 70년대에 만든 워싱턴의 지하철 차량의 수명은 40년인데 90년대에 만든 서울의 차량은 어찌하여 수명이 20년 밖에 안되는가. 부실한 운영이 그 원인이다. 책임자들은 차량의 수명도 알아보지 않고 원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개선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찾아내어 지적하는 것도 언론의 책임이다.
한국 언론은 지난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내뿜던 그 열기로 법과 질서와 도덕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중간에 멈추지 말고 끝까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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