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63> 에드거 알렌 포우 ‘애나벨 리’
미국 문학이 영국 문학과 확연히 구별되기 시작한 것은 에드거 알렌 포우의 등장 이후부터다. 포우는 미국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시, 소설, 평론 등 각 분야에서 미국 특유의 독창적인 새 영역을 개척하고 주옥같은 걸작들을 남겼다.
1774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후 월트 휘트먼(풀잎), 나다니엘 호손(주홍글씨),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의 대가들이 등장하며 미국 특유의 실용주의적인 소재와 정서들을 다루기 시작했고, 특별히 1809년 태어나 40세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포우는 미국 문학에 낭만주의 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애나벨 리는 에드거 알렌 포우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한 편의 시다. 사랑하는 아내 버지니아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포우는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자신의 뜻대로 이룰 수 없었던 포우는 아내를 영원히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을 가지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 애나벨 리를 창조해냈다.
“아주 오래 전 / 바닷가 어느 왕국에 / 당신이 알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 그녀의 이름은 애나벨 리 / 나를 사랑하고 /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 소녀는 다른 아무 생각 없이 살았네 / … (중략) /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나벨 리의 /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나벨 리의 /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 파도소리 들리는 그녀의 무덤에서…”
천상에 날개 달린 천사들도 부러워할 만큼 애나벨 리를 향한 사랑은 절대적이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래서 포우는 아내가 죽었을 때 저들의 사랑을 질투한 천사들이 아내를 데려간 것이라고 믿었다. 포우의 짧은 삶은 온통 어두운 푸른색이었다. 알콜 중독으로 인해 술을 과다하게 마시던 것이 원인이 돼 건강을 망쳤고, 아내가 죽은 후에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포우가 남긴 단편소설들은 공포 추리소설 등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검은 고양이, 갈까마귀와 같은 단편은 미국 추리소설의 원조로 꼽히고 있다. 포우의 작품은 신비하고 사악한 것에 대한 낭만주의적 관심사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열광적인 공상에서도 많은 것을 따왔는데, 그는 난해한 소재로 그럴 듯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희귀한 재능을 이러한 공상에 적용했다. 또한 당대 문학 평론가로서 날카롭고 건전한 분별, 시인으로서 이상주의와 음악적 재능, 단편작가로서 극적 기술은 생전에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에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인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지위를 확보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포우의 작품들은 술주정뱅이가 만들어낸 감정의 배설물이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었는데, 그가 죽은 후 한 세기가 지나서 작품의 순수한 서정성, 끝없는 미학의 추구를 새롭게 인정받았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