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용산 옛 육군본부 자리에 있는 국립 전쟁기념관을 두 번 방문했다. 첫번째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두 번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이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를 준 6.25전쟁을 담은 기념관이다.
또한 이 기념관은 동족상쟁 최대 비극의 역사를 왜곡되지 않고 사실(史實) 그대로 체험하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은 1988년 노태우 정부가 건립계획,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개관했다. 김영삼 문민정부는 외환위기로 입장객 수가 줄어들어 수입이 급감한 데다 소련공산정권의 붕괴로 이념갈등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던지 국민적인 박물관 활용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1998-2008) 기간 입장객 수는 급감했고 관리 소홀로 인해 전시된 무기를 도둑맞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400여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 선진국 수준의 기념관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다. 이 과정에서 6.25전쟁 참전국들도 협조했다.
관람객들이 전쟁을 영상을 통해 눈으로 볼 뿐 아니라 포탄이 떨어질 때 의자가 흔들리며 눈보라 흩날리는 등 몸으로 체험 할 수 있는 3D 영사관도 첨가했다. 입장객 수는 1994년 약 50만에서 2013년 210만에 가까웠다.
6.25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그 때를 경험한다. 그 가운데 ‘6.25전쟁은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고 전교조 교사로부터 교육받은 젊은 세대들도 많이 있다. 1949년 스탈린과 김일성이 모스코바에서 전쟁 준비를 모의했던 회의록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보며 ‘역사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에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기념관’을 방문했다. 입구계단을 올라가면서 양쪽에 전시된 6.25전쟁의 주역들을 볼 수 있다. 왼쪽은 스탈린 김일성 등 공산 침략군 측, 오른쪽은 이승만 맥아더 등 민주 남한 군 측들이다.
20만 이상의 북한 측 포로들이 수용되어 있던 역사적인 장소다. 당시 포로들의 생활을 재현시켜 놓은 여러 모형들과 그들이 사용했던 무기들을 둘러 볼 수 있다. 서울 전쟁기념관과 거제도 기념관은 6.25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반추해보는 장이요 젊은 세대들에게는 ‘6.25의 진실’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좋은 장이다.
6.25전쟁은 과연 ‘잊혀진 전쟁’인가? 내가 한동대학에서 가르칠 때 매년 6월이면 학생들에게 6.25전쟁이 일어난 해와 전쟁의 원인에 대해 질문을 했다. 40여명의 학생 가운데 첫 질문에 제대로 답한 학생은 10여명에 불과했으며 이 전쟁이 남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은 2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잘못된 국사교육이다. 6.25 세대들은 초중고 때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국정교과서를 통해 배웠는데 많은 젊은 세대들은 진보성향의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선택과목으로 검인정 국사교과서를 통해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인정 교과서는 저자에 따라 역사관이 다르며 전교조 교사들은 북한 측 입장을 두둔하는 진보성향 저자들의 교과서를 채택했다.
한번은 탈북학생 K양이 한동대 내 연구실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국사과목을 택했다. K양은 6.25전쟁이 북침이 아니고 남침이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서 나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북한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자의 사주로 남한이 북침했다고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K양에게 ‘내가 직접 겪은 6.25’를 들려주었더니 그때서야 수긍을 했다. K양은 자기뿐 아니라 많은 탈북자들이 북침으로 믿고 있다가 탈북자 교육원인 하나원에서 남침으로 교육을 받으면서도 의아해 한다는 것이다.
곧 6.25 64주년을 맞는다. 미국에 사는 한인 부모들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자녀들에게 6.25 전쟁을 바로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과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서울전쟁기념관과 거제도 포로수용소 기념관을 꼭 같이 가길 바란다. 그래서 6.25를 함께 몸소 체험하길 바란다. 그리고 올바른 교육을 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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