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무더위에 잠을 설치다 새벽쯤 되어 잠깐 눈을 부쳤다 깨어나니 아침 7시가 채 안되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달력을 보니 내일 모레가 6.25다. 순간 문득 동작동 국립묘지가 떠오르며 시계바늘을 수십 년 전 과거로 돌려본다.
서울을 떠나 이민 오기 전 현충일 무렵으로 기억한다. 미국으로 영영 떠나면 언제 다시 동작동 국립묘지의 무명용사탑을 찾을까 라는 생각에 꽃 한 다발을 사들고 아이들 손을 잡고 동작동으로 향했다. 유가족들 틈에 끼어 경내(境內)에 들어서니 정부의 행사관계로 경찰들이 무명용사탑 광장을 에워싸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개인묘지 앞에는 군데군데 유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祭)를 드리고 있었다. 어느 할머니는 며느리, 손자 손녀와 둘러앉아 장한 아버지의 위업을 마음에 새기고 묘석(墓石)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며 한(恨)을 달래고 있었다.
시간이 이른 관계로 가족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묘지도 많았다. 우리는 무명용사탑에 헌화하려고 가지고 갔던 꽃을 바칠 수가 없어 아무도 오지 않은 묘지 앞에 슬그머니 헌화하고 돌아섰다.
6.25 참전 학생 의용군의 묘지와 각 지방의 의용군 묘지 앞에는 같이 참전했던 머리가 허옇게 센 백발의 학우(學友)들이 모여서 옛 전우를 추모하며 전쟁 당시를 회상하고 있었다.
애정과 정성을 다 쏟아 길러주신 부모를 남겨놓고 가신 님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을 남겨놓고 내 한 몸 초개같이 조국에 바치신 용사들! 채 가정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의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장렬하게 산화하신 님들! 또 수십여년간 전상(戰傷)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상이용사들... 우리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국민의 호국ㆍ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한 것이다. 해마다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이들 영령과 상이용사에게 감사하고 명복을 빌며 자식과 남편을 조국에 바치고 모진 세파 속에서 살아가는 유가족과 상이용사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슬픔을 나누어야겠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몰지각하고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현충일이 그저 의미 없는 공휴일로 착각해서인지 교외에 나가 술판과 노름판을 벌이고 고성방가 하는 일이 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마음 놓고 영화를 누리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 누구 덕인가. 희망찬 국가의 기반을 세우신 호국영령을 잊지 않는 한편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노병(老兵)들의 애국충정을 기억해야겠다.
<김해남, 랜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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