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녀 예린이가 이번에 5학년을 끝내고 중학생이 된다. 미국에선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될 때 졸업(graduation)이라고 하지 않고 ‘Fifth grade promotion ceremony’ 라고 한단다. 지난 13일 아들내외와 손녀의 초청으로 브래덕 로드 선상에 있는 트리니티 크리스찬 스쿨을 찾았다. 야트막한 언덕에 숲으로 둘러 쌓인 아담한 학교, 그 옆구리에는 맑은 호수를 끼고 있고 학교 뒷 켠에는 숲으로 둘러 쌓인 넓은 잔디 운동장, 자연과 잘 어울려 운치 있는 학교다. 유치원 다닐 때 손녀를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온 학교, 퍽이나 익숙했던 학교가 오늘은 새삼스럽다. 그리고 새로운 눈길로 둘러보게 된다. 졸업이란 낱말이 사람 마음을 새롭게 움직이게 한다.
졸업식장 입구에 긴 줄로 서서 각 사람마다 서명을 하고 신분증을 제시 한다. 잦은 교내 총기사건의 여파다. 그러나 마음은 어둡다. 미국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살벌한 분위기...언제쯤이면 서로 믿고 사는 세상이 될까?
졸업식장에는 44명의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이 맘껏 모양을 내고 자리에 앉아 있다. 그 둘레에 많은 선생님들과 학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친지들이 축하객으로 앉아 있다.
나는 졸업축하 카드 한 장을 들고 식의 순서를 지켜본다. 달랑 졸업카드 한 장이지만 나의 정성이 담뿍 담겨 있다. 며칠전 은행을 찾아 깨끗한 새 돈을 달라고 부탁하여 준비한 돈과 “너는 우리 집안의 자랑이고 기쁨이다”라는 내용의 정성스런 축하 글, 집안에서 키우던 화초, 7년 만에 꽃을 피운 호야(Hoya)의 첫 꽃을 아까운 줄 모르고 잘라서 카드 봉투에 붙여 마음을 다했다.
식 진행에 따라 상을 줄때 마다 우리 손녀 예린이가 호명되어 앞에 나가 상을 받는 모습이 퍽 자랑스럽고 흐뭇하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손녀, 어린 애기가 어느새 자라 프리 틴에이저가 되었다. 세월이 피워놓은 꽃이다
식이 끝나고 간단한 다과 순서가 있었다. 부모들은 제각기 자기 아이들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손녀와 사진을 찍었고 훗날 좋은 기념이 될 것 같아 내 손녀가 받은 많은 상장을 들고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손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든다. 상을 받지 않은 친구들 앞에 상장을 들고 뽐내는 것 같아 싫은 모양이었다. ‘제법 많이 컸구나’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이 갔다. 이 할미가 11살짜리 손녀보다 소견이 모자랐다.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한 손녀를 보며 받은 상장위에 그 마음이 더 귀하게 빛났다 오늘까지 잘 자라 준 손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오늘,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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