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제도(중국명 다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인다면 한국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 미국은 이 경우 일본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 관계로 보아 한국은 미국편에 서서 일본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날엔 한국의 경제가 파탄이 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방문 서울대 연설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국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투자 대상국의 하나이며 중·한 교역액은 한미, 한일, 한EU 교역액을 합친 규모보다 더 많다.”
보통 일이 아니다.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경제가 공황에 빠질 가능성을 지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금 역사에 없었던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외교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같지 않고, 땅의 이득은 사람들의 인화만 못하다)정신에 바탕을 둔 한중 관계의 우호증진이 목적이었다면서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 또한 보통이 아니다. 척 헤이글 미국방장관은 지난주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베 내각의 이 결정은 “대담하고 역사적이며 획기적”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얹어 표현했다. 이것은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집단적 자위권 확대 추진이 무척 우려스럽다는데 공감했다”는 발표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다.
집단자위권은 일본이 이제부터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오노데라 일본방위상은 지난주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 연구소 강연에서 “일본의 평화헌법 하에서는 미군이 무장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 자위대가 역할을 하는 게 불가능하며 일본근처의 공해에서 작전 중인 미군함을 보호하는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는 인식이 집단자위권 추진의 출발점”이라고 언급했다.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발동한다는 이야기다. 정말 게이샤 같은 얄팍한 변명이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싸우겠으니 당신들도 센카쿠문제로 일중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를 위해 싸워 주시오를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왜 말썽 많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하고 나올까. 미국 특히 오바마 정부는 21세기의 전쟁은 군대에 의한 전쟁이 아니라 금융에 의한 전쟁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방예산을 과감히 줄이고 있다. 더구나 동북아 방위를 힘겨워 하고 있던 마당에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나오자 일본을 ‘미국을 대신해 중국을 견제할 대리인’으로 선택한 것이다.
일본이 전쟁 수행 국가로 탈바꿈함으로써 동북아 정세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은 심각하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나 빈부의 차이가 심해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를 향한 증오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본과의 무력 마찰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보수 세력의 팽창을 노리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중과 미일의 밀착관계가 막을 올린 것이다. 한국이 미묘한 입장에 있다. 잘못하면 이웃 싸움 말리다 뺨맞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말 줄타기 외교를 잘해야 할 역사적인 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국내정치 현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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