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동경 기독교방송 초청으로 영문판 ‘오늘의 양식’ 발간 대표 두 분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영어판 ‘오늘의 양식’은 기독교 선교기관 Radio Bible Class가 매월 발행하는 성경묵상을 안내하는 소책자다. 메릴랜드에 있는 벧엘교회는 이 책자의 한영판을 발행 보급하고 있다. 일본방문은 이 책자의 영일판을 이 방송국에서 발행하는 계획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2차대전 때 적국이었던 일본과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마음을 같이하여 복음사역을 감당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큰 섭리가 있다고 의견을 나누다가 ‘독일은 사과하는데 왜 일본은 사과를 꺼려할까?’라는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였다. 독일과 일본이 2차대전 피해국들과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아주 다른 이유가 어디있느냐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독일은 정부와 민간자원에서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을 비롯하여 피해측에 사죄를 표시 할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상당한 보상을 해 왔다. 반면 일본은 한국 중국 동남아국가들에게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보상은 말할것도 없고 사과 하나 제도로 한 적이 없다.
더구나 한국은 36년 간의 식민지지배를 통해 막대한 피해를 봤을 뿐 아니라 2차대전 중 군인 징용 위안부 등을 통해 유대인들에 못지 않는 피해를 봤음에도 지금까지 꿀먹은 벙어리로 있다. 왜 그럴까?
방송국 측 분들은 이 문제를 문화와 종교적인 측면에서 풀어나갔다. 그 분들의 생각을 모으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사회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체면과 의리, 종교적으로 신도(神道)정신에 따른 조상숭배가 대체적으로 일본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체면 의리문화는 메이지 유신이 래 뿌리박힌 쇼군과 사무라이 사이에서 이뤄진 이른바 오야붕과 꼬붕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꼬붕은 언제나 오야붕의 체면을 세워주고 관계에서는 의리를 지켜야 할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한다.
오야붕이 잘못했을 때 꼬붕은 그 잘못이 자신 때문이라고 여기고 자살하는 행위가 여기에 속한다.
신도는 초기에는 산 바위 나무와 같은 자연물과 태풍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 등을 신처럼 섬겼던 토착종교로 세월이 흐르면서 죽은 조상이나 천황 등의 인물들을 신으로 숭배하기 시작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신도정신은 주자학 사상과 병합, 신사(神社)라는 곳에 죽은 사람들의 신들을 안장하고 국가의 주도로 이들에게 예배하는 종교 의식을 해 오다가 2차대전 후 폐지됐다.
동경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2차대전 A급 전법 14명이 합사되어 있으며 수상을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이 조상숭배의 상징으로 이곳을 참례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외가 지난 11일 일본군 20만여 명이 전멸한 태평양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파푸아뉴기니아를 방문, 웨와크에 있는 일본인 전몰자 위령비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찾아 참배했다.
그러나 아베는 이날 파푸아뉴기니 라바울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추모탑은 찾지 않았다. 당시 징용된 한국인 4400명이 파푸아뉴기니에서 희생됐다.
1970년 12월 비가 내리는 초겨울, 서독 브란트수상은 악명 높은 유태인 학살수용소 ‘아우슈비츠’의 위령비 앞에서 독일이 지은 죄를 용서하여 달라고 울먹이며 기도했다. 2009년 2월, 퀼러 독일대통령이 이스라엘 독일수교 20주년을 기념해서 이스라엘을 방문, 국회연설에서 사죄의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빌었다. 독일은 유대인 피해자에게 34억5000만 마르크를 비롯해서 나치 피해자들에게 1400억 마르크 이상을 지불했다.
그런데 독일은 왜 다를까? 독일은 기독교 국가요 일본은 신도국가다. 일본의 기독교 인구는 2%도 안된다. 기독교는 잘못을 회개하고 용서를 빌어 구원을 받는 것이 핵심인 반면 신도는 조상들을 신으로 숭배함으로서 그들의 체면과 의리를 지키는 행위를 핵심으로 한다.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게 하는 길은 기독교 복음전파밖에 없다는데 우리는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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