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00루피, 어둡고 습한 곳
주인아주머니가 유령처럼 어두운 복도를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곳
이곳은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자궁 같은 방이야
눈을 감았는데, 눈꺼풀 안쪽으로 환영들이 보여
칠흑을 참지 못한 시각의 발광인가 봐
담요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짐짝처럼 누워 있어
더러운 맨발이 담요 밑으로 빠져나와도 괜찮아
여긴 자궁이니까
눕는다는 건 공간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 누우면 쉼의 표시고
밖에 누우면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자세가 되어버리니까
이 자궁에 익숙해지기 전에 떠나야겠어
익숙해지면 표정 없는 사물이 되어버릴 테니까
- 이상혁 (‘어느날 인도’ 공동 저자) ‘Swastick Guest House에서‘ 전문
영혼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 하지만 자본에 물들어가는 인도의 현실은 신비로운 것만은 아니다. 누추한 여관에서 잠을 청하는 여행자. 불빛 하나 없이 어둡고 습한 방은 시작이며 끝인 어머니의 자궁을 닮았다. 아직 문명도, 빛도, 시간도, 열망도, 절망도 깨어나지 않은 환청과 환각의 깊고 어두운 방, 인도의 뒷골목. 신비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하지 않았던가. 지친 여행자는 밤을 지나 어서 떠나가야 한다. 저 불안한 신비에 영원히 갇혀 버리기 전에.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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