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귀하고 천함은 더 이상 출생에 달려 있지 않고 자기 하기나름에 달려 있는 시대다. 그런데 지극히 천박한 행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며 그것을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의 국회다. 그 모양도 가지가지다. 그 야말로 천태만상(賤態萬象)이다.
2011년 민주노동당의 모 의원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가결에 반대하여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그의 정신 연령이 의심되는 돌출행동이었다. 2005년 1월 5일에는 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디어법과 경제관련법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실의 유리 책상 위에 올라가 그 유명한 공중부양을 연출하였다. 얼마전에는 야당의 당대표가 연설을 하던 도중 “너나 잘해” 라는 야유가 여당의 꽤 점잖은 위치에 있는 분의 입에서 나왔으며 몇몇 의원들은 “철수해라”등 남의 이름을 빗대어 야유를 보냈다. 지난번 키르키스탄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문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국회를 참관하였다. 그 때 우리는 무엇을 보여주었나. 고성과 삿대질 끝에 야당이 전원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런 행태가 우리 국회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선진국 국회에서도 있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오래 전 일이고 그나마 이렇게까지 천박하지는 않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국가재건을 위해 힘 쓸 때에 일본 외무대신이 구미 선진국을 시찰하고 돌아와서 국회에서 보고를 하려고 등단하여 “세계정세를 관망하여보니”라고 말을 꺼내자 야당 의석에서 “이 사람아 그 외통눈으로 뭐가 제대로 보이더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외무대신은 한쪽 눈을 못 보는 사람이었다. 남의 신체적 장애를 야유로 삼는 무례하고 비겁한 언동이었다. 당황하여 잠간 말을 멈췄던 외무대신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참으로 걸작이었다. “일목요연(一目瞭然)하더라”였다. 장내는 웃음바다로 변했고 야유를 한 의원은 큰 망신을 당하였다. 야비한 언동을 유머와 위트로 원만하게 대응한 경우였다.
국회에서 무슨 청문회가 열리면 더 눈꼴 사나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의원들은 장관이나 장관 후보자들을 큰 죄인이나 잡아다 놓고 심문하듯 눈을 부릅뜨고 고성대갈로 상대방을 힐난한다. 인격이나 체면, 정중함이라는 예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기회에 한국 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바는 서로 존경하라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대결이 마치 선악간의 대결이나 정의와 불의의 대쟁투인 것처럼 서로 욕하고 적대하지 말고 선과 선 사이에 더 선한 것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에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 길거리의 모습도 보기 드믄 시대인데 국회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논리보다는 목소리를 높여서야 되겠는가. 흥분된 목소리로 분위기를 오도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차근차근 제시하여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자기들끼리 서로 존경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당신들을 존중해 주기를 기대하지 말라.
좋은 야당이 있어야 좋은 여당이 있을 수 있다. 권력과 돈을 주무르는 위치에 있는 여당은 권력과 돈을 남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야당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견제할 것은 견제하되 때로는 차선책이라도 받아들이고 다음 기회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당은 야당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매스컴과 기자회견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대중의 지지를 받아 속히 처리하던지 클린턴처럼 신속히 야당과 타협하여 국정을 끌어나가야 한다. 리더십의 문제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더 이상 천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국민을 이끄는 믿음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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