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시대는 가고 로리 맥킬로이 시대가 골프계에서 막을 올렸다. 맥킬로이는 지난주 열린 PGA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 우승함으로써 유럽인(아일랜드)으로서는 처음으로 3개 이상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기록을 세웠다. 또한 26세의 젊은 나이에 4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손에 쥔 것도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날 PGA 챔피언십에서 맥킬로이가 우승하자 그의 아버지가 그린까지 달려 나와 그를 끌어안은 장면이다. 맥킬로이는 지난해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파혼했는데 여기에는 “결혼하면 너의 골프는 내리막”이라는 아버지의 충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킬로이는 어릴 때부터 싱글핸디인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치기 시작 했는데 2살 때 드라이버 거리가 40야드나 되어 TV쇼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점에서 2살 때 마이크 더글러스 쇼에 출연하여 밥 호프와 퍼딩을 겨누었던 타이거 우즈와 비슷하다.
위대한 골퍼 뒤에는 피땀 나는 노력을 기울인 아버지가 있다. 아놀드 팔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수퍼스타는 이들의 아버지가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실현시킨 작품들이다. 팔머의 아버지는 골프장에서 새벽에 트랙터를 몰고 다니며 그린을 가꾸는 그린키퍼였다. 아놀드 팔머가 러프 샷에 강한 이유는 그린키퍼의 아들 신분으로는 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숲속의 러프에서 골프를 익혔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가 그린키퍼로 일하던 라트로브 컨트리클럽은 지금 아놀드 팔머가 소유주다.
잭 니클라우스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니클라우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성할 수 있는지 당시 골프계의 우상인 바비 존스가 꼭 한번 봐주기를 원했으며 여러 인맥을 통해 그의 승낙을 얻어냈다. 그런데 니클라우스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바비 존스가 나타나자 뒷땅만 쳐 그의 아버지를 당황케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잭 니클라우스는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PGA토너먼트에서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는 이변을 보였으며 타이거 우즈도 아버지를 여이고 2006 US오픈 예선에서 탈락하는 기현상을 보여 골프가 정신적 게임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타이거가 이번 PGA 예선에서 탈락한 망신은 허리가 아프다고 하지만 그의 연습부족과 게으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너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헝그리 정신이 없어진 것이다. 그에게 정신적인 회초리를 가할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다.
타이거 우즈는 앞으로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것이 숙제다. 그의 수입은 1년에 약 3,600만 달러이며 재산이 10억 달러가 넘어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수준의 부자다. 어마어마한 재산가인 그가 존경을 받는 골퍼냐 하면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골퍼는 아놀드 팔머이며 다음이 잭 니클라우스다. 팔머는 골프관련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전부 자선사업에 쏟아 넣었다. 니클라우스도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어린이 종합병원을 오하이오주에 세웠으며 그의 이름으로 열리는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바로 이 병원 기금 모음을 위한 대회다. 팔머와 니클라우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재산을 쌓으면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된다는 정신을 강조했다. ‘위대한 골퍼’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존경 받는 골퍼가 되어야 하고 존경받는 골퍼가 되려면 자신의 부를 사회에 되돌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을 물려주는 것 - 그것이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명임을 팔머와 니클라우스의 아버지가 보여주고 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가 타이거에게 어떤 정신을 물려주었는가는 앞으로 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재산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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