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 광기 / 제임스 캐럴 지음ㆍ동녘 펴냄
▶ 유대·이슬람·기독교 탄생지 예루살렘, 끝없는 종교분열로 전쟁·폭력 이어져
종교를 떠나 세계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5월 그의 방문과 호소, 기도도 이 지역에선 오래가지 못했다. 다행히 며칠 전부터 휴전 협상에 들어갔지만 한 달 남짓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900여 명이 숨지고, 9,500여 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400명을 넘겼다는 끔찍한 발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에서 양측의 분쟁은 이미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양측 입장은 분명한 평행선을 그리고, 그 사이 극단적인 분파들의 테러나 공습이 이어진다. 이제는 서로 상대의 어린이·청년들을 납치하고 살해하고, 밤이면 불꽃놀이 즐기듯 상대 도심에 떨어지는 폭탄 세례를 환호하는 참혹한 지경까지 왔다.
인구 700만에 7가지 상이한 문자를 쓰는 15개 언어집단, 30개 종파가 모여있고, 특히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탄생지인 예루살렘. 한때 가톨릭 사제였지만 10여년째 세 종교의 연례모임에 참석하며 예루살렘의 뿌리를 탐구하고 있는 제임스 캐럴은 유사 이래 이곳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예루살렘이라는 실제 도시와 그 도시가 던져주는 묵시종말론적 환상 간의 치명적인 순환고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빌로니아인, 로마인에게 성전을 파괴당하고서도 유대교 율법 ‘토라’를 가슴에 품고, 수 세기에 걸쳐 전 세계로 흩어지면서도 정체성과 민족성을 잃지 않은 것(디아스포라), 결국 살아남아 유대국가를 건설한 것(시온주의) 모두 예루살렘에 대한 유대인들의 환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신앙에 도취돼 이 땅에 병적인 열광과 집착을 퍼부었다는 얘기다.
그 오랜 기간 지속된 환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작가는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한 인간의 선택일 뿐이라고 말한다. 단적인 것이 종교 속 희생제의다. 서로 닮아가며 스스로를 구분하는 존재인 인간은 많은 경우 같은 것을 놓고 대립과 경쟁으로 이어진다. 집단은 이로 인한 폭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희생제물, 혹은 개인에 다수의 불평불만을 투사한다.
캐럴은 “인간이 살아남은 것은 폭력을 억제할 길을 찾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살인의 광기가 집단 자살로 이어졌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렇게 집단과 권력 유지에 힘을 빌려준, 인간의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종교가 현재의 예루살렘을 만들었다. 바로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세 종교의 탄생지이자 끝없는 종교분열의 핵인 이곳을. 그리고 이에 대한 인류의 종교적 열정과 광기는 폭력을 조장하고 세계의 전쟁을 초래했다.
작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을 ‘상호 자기 파괴적인 절망적 전쟁’으로 규정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을 ‘좋은 종교’의 미덕을 설명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먼저 죽음보다 삶을 찬미하는 것, 이야기의 끝도 이야기하지만 그 무한함 역시 빼놓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또 본질적으로 사랑에 관한 것이다. 모든 위대한 종교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신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규정한다. 구원만을 이야기하거나 절대적 존재를 강요하고, 전통에 매여 세속화를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 역시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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