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9일 세인트루이스 시 교외인 퍼거슨에서 18세였던 마이클 브라운 고교 졸업생이 백인 경찰관에게 사살된 다음 열흘 이상 계속되었던 폭동 수준의 데모가 다행이도 수그러들고 있는 듯하다. 미국 역사의 경험이 흔히 보여주는 것처럼 퍼거슨의 비극도 사건 발생 직후의 초동 보도와 뜬소문이 흑백문제라는 미국의 태생적 프레임에 의해 해석 내지 곡해되는 과정 때문에 악화되었었다.
목격 증인이라는 흑인 청년의 TV 인터뷰대로 자정 12시4분경 차도 중앙을 걷던 브라운에게 길옆으로 가라는 경찰의 명령에 순응하여 그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돌아서는 데도 대런 윌슨이라는 백인 경찰이 총탄을 여섯 발이나 그에게 쏘아댔다면 대다수 흑인들의 주장대로 교통 법규 정도만 어긴 무고한 사람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즉결처분한 것이 된다.
그러나 만약 며칠 후에 경찰이 공개한 어느 가게의 비디오카메라에 가게 주인을 밀어붙이며 여송연 몇 개를 강탈해간 젊은이의 모습이 브라운이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강도 혐의자를 체포하려다가 300파운드에 가깝다는 브라운이 경찰차 옆으로 다가와 총을 빼앗고자 하는 것을 막아보자고 하다가 생긴 과잉 반응일 뿐 인종 편견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브라운의 가족 특히 어머니로서는 졸지에 자식을 잃은 그 참담한 슬픔, 거기에 대해 브라운의 사체가 피살 현장 아스팔트 위에 몇 시간 놓여 있는 동안 그에게 접근할 수 없었던 쓰라린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인구 2만1천여명 중 67%가 흑인인 퍼거슨에서 경찰이 며칠 동안 해당 경찰관 이름을 발표하지 않았었던 것을 비난하며 이 사건의 조사를 주정부만이 아니라 연방정부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데모가 매일 한밤중에는 가게들에 대한 약탈 행위로 타락했다는데 있다. 외부에서 온 선동꾼들이나 퍼거슨 시와 세인트루이스 흑인들 중 불순 세력이 사회 혼란을 악용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사태가 수습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한 데에는 미주리 주지사가 퍼거슨의 치안유지 책임자로 주도로 경찰대의 돈 존슨 경감을 임명한 것과 또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이 이번 수요일 퍼거슨에 날아가 유가족과 관계자들을 만나 설복시키려는 노력을 한 것이 주효했을 듯싶다.
둘 다 흑인이라는 사실의 상징성이 크다. 그리고 미주리 주 대배심원이 이미 이 사건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를 기소할 것인지가 10월경에는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연방 법무부도 조사에 임하게 된다. 그래서 브라운의 사체는 세 번 검시를 받게 된다.
머지않아 진상이 밝혀지고 범법자들에 대한 징계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홀더 법무장관의 역할이 주목된다. 워싱턴DC 판사 그리고 DC 연방검찰청장이라는 경력이 있는 홀더는 학생시절부터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던 바 현 미국의 사법제도는 흑인 젊은이들을 비슷한 죄를 저지른 백인들에 비해 터무니없게 오랫동안 수감시키는 ‘수치스러운’ 현황을 개탄하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퍼거슨의 방문 때도 자신이 뉴욕에서 자랄 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를 정지당하고 심문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1992년 LA에서 로드니 킹을 마구 때린 백인 경관들의 무죄 방면 때문에 발생된 폭동 사건으로 무려 53명이 죽고 2,000명이 부상을 당했을 뿐더러 코리아타운 등의 소실로 10억불 이상의 피해를 남긴 전철을 밟는 일이 없이 퍼거슨 사태가 가라앉는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종편견, 군대잉여 무기를 공급받아 군대화된 경찰의 관행, 우범자들의 살육 무기 소유, 사회 불공평에 대한 불만 등 여러 요소는 우리를 좌불안석이 되게 한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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