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OCA 현대미술관 ‘앤디 워홀의 그림자’ 전
▶ 전작 100여점 전시 서부지역서는 처음, 워홀 제작 영화도 상영… 2월 2일까지
삶과 죽음의 그림자를 노래하는 앤디 워홀의 추상작품 ‘그림자’ 연작이 모카 그랜드에서 전시되고 있다.
삶의 그림자, 죽음의 그림자, 꿈의 그림자, 현실의 그림자, 환희의 그림자, 고통의 그림자, 나의 그림자, 너의 그림자…
102점의 그림자 연작 캔버스가 드넓은 모카 그랜드 전시장의 벽을 빙 돌아가며 붙어 있는 광경은 그 자체로 경이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흰색과 회색, 검정과 흰색의 패널이 이어지는 사이로 도발적인 빨강과 보라, 그린과 옐로가 끼어들면서 반복되고 변화하며 진화하는 연작들은 수많은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의 변주곡 같았다. 돈과 명성과 상류사회와 유명 인사를 동경하고 그들 사이에서 매일 밤 클럽을 돌아다녔던 앤디 워홀(1928~1987)에게 하루하루의 삶은 그렇게도 음영 짙은 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모카(MOCA) 현대미술관에서 개막된 ‘앤디 워홀의 그림자’(Andy Warhol: Shadows) 전은 우리가 알았던 워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캠벨 수프 깡통이나 코카콜라, 마릴린 먼로 등 대중적인 실크프린트 이미지로 대변되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생애 후기에 제작한 추상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사실상 가장 신비롭다고 평가되는 작업으로서 전작이 모두 함께 전시되는 것은 통산 두 번째이며 서부 지역에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하겠다.
그림자와 빛의 관계를 주목한 이 시리즈는 워홀이 ‘팩토리’라 부르던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물건들에 그림자가 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자를 사진으로 찍은 후 양화와 음화를 번갈아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내고 하나씩 캔버스 작업을 통해 수많은 색깔의 변화를 그만의 특별한 감각으로 풀어낸 연작인데 그 반복이 대단히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명상과 환상에 이르게 하는 대작업이다.
그림자 연작은 1979년 처음 뉴욕에서 전시된 후 론스타 재단(현재의 디아 미술재단, Dia Art Foundation)이 바로 구입했다. 첫 전시에는 83개 작품만 걸렸고 후에 나머지 19점을 구입했는데, 훗날 열린 전시들에서도 전시공간에 따라 전체 컬렉션이 다 걸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모카의 전작 전시는 이 작품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모카 큐레이터들의 노력과 디아 미술재단(Dia Art Foundation)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졌다.
베넷 심슨 큐레이터는 “워홀은 이 작품을 ‘디스코 데코’(disco decor)라고 불렀을 정도로 디스코와 클럽이 판을 쳤던 1970년대의 무디 문화를 충실하게 담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아메리칸 드림과 아메리칸 데스의 사이에 놓인 선, 어두운 만큼 화려하고 명상적이면서도 놀랍도록 환각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자 전은 내년 2월2일까지 계속된다.
모카는 이번 전시와 관련, 워홀이 미술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제작했던 영화들을 상영한다. ▲‘앤디 워홀: 빛과 어둠’(11월13일 오후 7시): ‘키스’(1963)와 ‘블로우잡’(1964)을 실험음악 작곡가 에즈라 버클라의 라이브 뮤직과 함께 상영한다. 7~12달러. ▲‘앤디 워홀의 엠파이어’(12월7일 오전 9시): 워홀의 16밀리 미니멀리스트 걸작 ‘엠파이어’(1964)를 무료 상영한다.
MOCA 250 S. Grand Ave. LA, CA 90012, (213)621-2766, moca.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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