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모처럼 아내와 자동차로 동네 밖으로 10일 간 여행을 했다. 첫 도착지는 노스 캐롤라이나주다. 유명한 주립대 채플힐 캠퍼스가 있는 채플힐, 주 수도이며 또 하나의 유명한 주립대학이 있는 랄리, 남부 하버드라고 불리는 듀크대학이 있는 더햄, ‘트라이앵글’ 교육 및 연구단지가 있는 지역이다. 우리는 이곳 ‘트라이앵글’을 3번째 방문했다. 많은 유수한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몰려있는 ‘트라이앵글’이 우리 부부에게 매력을 주는 것은 연구가 아니라 문화적인 분위기다. 전국에서 가장 문화활동이 활발하며 교육수준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인구비례로 봐서 미국에서 박사학위소지자, 문인, 그리고 저자가 가장 많이 살고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첫날 채플힐에서 머물면서 ‘민가’라는 한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들었다. 호텔에서 식당까지 스마트폰 GPS가 가는 길을 안내했다. 우리는 GPS 안내양이 상냥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지시하는대로 길을 따랐는데 이상한 골목길을 여러번 빙빙돌게 하더니 한 40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하게 했다. 식당주인에게 사연을 말했더니 10분이면 오는 길이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GPS가 왜 그렇게 안내했는지 이유를 알길이 없지만 이번 경험에서 한가지 중요한 ‘진리’를 터득한 것은 인생길에서 잘못된 길잡이를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들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진리’보다 더 중요한 깨달음은 빠른 길을 놓치고 돌아가는 길을 거쳐감으로써 인내를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 부부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겪었다. 우리부부가 지난 4년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동차로 고국의 산천 여행을 자주했다. 한번은 경북 봉화읍 한 식당에서 저녁을 든 후 울진쪽으로 향해 GPS의 안내를 따라 운전을 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써가며 친절하게 안내했던 GPS양은 별안간에 우리를 비포장도로로 안내했다.
그 도로를 따라 한 20분쯤 달리니 GPS 안내양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산 절벽길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절벽 길을 따라 산 고개를 거의 1시간 동안 GPS 안내양 없이 넘어가고 있었다. 차 한대 겨우 지나 갈 수 있는 황토길을 따라 수십 미터의 낭떠러지를 옆으로 바라보며 정상에 올랐을 때 해가 넘어가고 밤이 들기 시작했다. 산 밑으로 내려와 주차하고 있던 산불 감시차를 만나면서 안도의 한숨을 위었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는 두 가지 GPS에 의해 길을 가고 있다. 남쪽은 자유민주주의의 깃발아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해 안내되는 GPS와, 북쪽은 이른바 ‘주체공산주의’의 깃발아래 31살짜리 3대 세습 독재자가 인도하는 GPS에 의해 각각 길을 달리고 있다. 남쪽 GPS도 되돌아보면 많은 돌아가는 길과 잘못된 길을 안내해 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과정을 통해 백성들의 인내를 길러주었으며 나름대로의 목적지를 도착하게 하셨다.
북쪽의 경우는 돌아가는 길보다는 잘못된 길로만 계속 인도하고 있는 것 같다. 슬픈 일은 많은 북쪽 국민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아니 그 방향이 옳은줄 알고 굳게 믿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목적지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목적지는 억압과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더 나가서 조국통일이다. 더 참아야 한다. 하나님의 GPS가 작동하기를 굳게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튼 이러한 GPS의 우회안내 또는 오도는 국가뿐 아니라 사람이 살고있는 모든 조직 활동 또는 개인생활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내 인생의 GPS가 우회와 잘못된 길들로 교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후에야 잘되고 잘못된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GPS가 우회적으로 인도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대로 하나님의 뜻이 있으셨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빨리 빨리’보다 천천히 우회적으로 돌아가면서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고 앞길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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