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별명을 지닌 영국의 군사 전략가 토머스 로렌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밤에 꿈을 꾸는 자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그 꿈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낮에 꿈을 꾸는 자는 무서운 사람이다. 모든 노력을 동원하여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때문이다.”피아노 콩쿨에서 몇 번 상을 받았다고 모차르트가 되거나, 미술 대회에서 몇 번 입상했다고 피카소 수준에 이르는 것도 아니며, 학교 성적이 4.0이라고 경쟁력 있는 대학에서 받아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성적과 스펙으로 아이비리그 합격은 문제없다. 앞으로 나는 대박을 터뜨릴 것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대책 없는 자신감에 빠져 밤새 꾼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적 언행은 어디서 오는 걸까. 첫째 이유는 “긍정적 사고를 가져라, 자신을 믿어라, 자신감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라는 자아계발 메시지에 솔깃하고, “아자 아자, 화이팅”이라는 범사회적인 부추김에 익숙해서다.
여기에, “포기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공 한다”라는 애매모호한 조언에 넘어가 끈기와 우매함의 차이를 알아채는 분별력마저 상실했다.
분별력 상실은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연애할 때는 애인의 배가 나온 것은 인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회사에 근무할 필요가 없다고, 기침을 하면 목소리가 우렁차다고, 매끼를 챙겨 먹으면 건강, 성실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현실에 부딪치고 나면 잃었던 분별력을 되찾게 된다. 배가 나오면 운동 부족이라는 핀잔을 주고, 해고당하면 그의 능력을 의심하고, 기침하면 영감태기라고 말한다. 결정적으로, 남편이 밖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하고 들어오면 영식님으로 우대하지만, 집에서 한 끼를 먹으면 일식씨, 두 끼를 찾으면 두식군으로 호칭이 바뀌고, 삼 시 세 때를 챙겨먹으면 삼식쇄끼로 강등된다.
둘째, 일상의 언어도 대책 없는 자신감을 생성하는데 한 몫 한다. “맛이 있다”가 아니라 “맛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무엇을 표현하든 “같아요”로 맺는 언어의 습관이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것 같다”를 낳았다. 둘이 비슷한 것처럼 들리지만, 전자는 실제적인 능력과 행동을 말하고 후자는 느낌을 말한다. 바로, 그 “같다”라는 느낌에 자신감이 끼어들었지만 정작 실천에 옮길 대책은 없다.
셋째, 주변의 상황을 자신과 연결하지 못할 때 대책 없는 자신감이 넘친다. 혼자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 흩어진 3만5,000개 고등학교에서 1등하는 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뛰어난 지원자를 합하면 적어도 5만명이 있다는 사실이 인식되지 않을 때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고 그 결과 자아 도취된 자신감으로 무장하게 된다.
나아가, 파편화된 뉴스, 즉 학교 총격 사건, 에볼라 감염, 이라크-시리아 사태 등 서로 연관성 없는 뉴스를 화면을 통해 잠깐 보면서 “나와 상관없다”라고 여기는 것에 익숙하다. 평소의 연결성 부재에 익숙한 나머지, 비슷한 성적과 스펙을 가진 학교의 선배가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으로 부터 고배를 마셔도 그것이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딱히 뾰족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면 현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게 아닌지를 의심해야 한다. 아니면, 실제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추려는 게 아닌지를 질문해야 한다.
성취에 필요한 요소인 자신감, 그렇지만 대책 없는 자신감에 취하면 깨어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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