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간선거 그리고 에볼라 바이러스, 월드시리즈 야구 등 큰 뉴스거리들이 최근 우리의 관심을 끌어 왔는데 그 와중에 자칫 지나치기 쉬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미국 연방준비 은행이 그동안 집행해 오던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지난 달 말로 종료한다는 소식이었다.
양적완화(量的緩和) 라는 말은 평소 경제나 경영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고있는 사람들에게도 다소 생소하게 들릴수 있다. Quantitative Easing이라는 영어표현을 그대로 번역한 것인데 줄여서 QE라고 하기도 한다.
양적완화는 정부가 국채 등의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을 가리킨다. 미국정부(정확히 말하면 Fed라고 불리는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008년의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QE를 집행하여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4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해 왔다.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위축될 때 정부는 금리를 낮춤으로써 자금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 수년간은 금리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여서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돈을 찍어 시중에 뿌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어쨌든 “돈 찍어 벌인 잔치” 덕에 자금경색으로 질식 상태에 빠졌던 미국경제가 숨을 돌리기 시작했고 더불어 세계경제도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 양적완화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편 이번 QE 종료가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으로 들리는 이유는 정부도 이제 미국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었다고 판단했기에 그런 결정을 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세 번째 양적완화 시작 직전인 2012년 하반기에 8.1%에 달하던 것이 최근 5.9%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은 금년 1분기엔 -2.1%로 위축됐으나 2분기엔 4.6%로 증가했다가 얼마 전 발표된 3분기 수치는 예상을 웃돌아 3.5%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인플레이션도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편 기업투자가 다시 살아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가계소비도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적완화 종료가 미국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이번 조치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시중금리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유로존, 중국, 일본 등지의 경제성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미국경제만 지속적, 장기적으로 호전될 수는 없을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래서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도 이번에 양적완화는 종료하지만 기준금리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금의 최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가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하고 있어 궁금증과 걱정을 더해 주고 있다.
어차피 금리가 인상되면 증시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나마 인상시기를 예측할 수 있으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20년 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하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었고, 그 후임 버냉키 의장은 QE를 언급하면서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같은 극단적 표현을 했던 것에 비하면, 최초의 여성 의장인 현 옐런의장은 ‘상당 기간’이라는 뉘앙스 있는 표현으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경제가 냉기도 가시기 전에 찬물을 끼얹는 조급한 금리인상도 아니고, 또 너무 달아올라 인플레가 퍼진 후에 뒷북치는 금리인상도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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