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강 건너 불이라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 대안지화(對岸之火)에 해당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자기와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이 바라본다는 뜻으로 무관심을 이르는 말이다. 먼 나라에서 발생한 이름도 생소한 전염병은 강 건너 불이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에볼라’도 그런 점이 있다.
며칠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시 에볼라 바이러스 예비주의보를 내렸다. 에볼라가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집중 발생한 에볼라 출혈열로 지구촌이 떠들석했었다.
미국은 서아프리카에서 온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염돼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고국 역시 의료진을 서아프리카로 보내느냐 마느냐로 국민들 견해가 첨예하게 갈린 적이 있다. 고국의 각종 회의에 참석 예정이었던 서아프리카 지역 참가자들의 참석이 취소되었고, 일부 교회는 해당 지역으로 보낼 선교팀 파견을 취소하였다.
이제 더 이상 에볼라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에볼라를 비롯하여 지구촌 오지에서 발병하는 어떤 전염병도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에볼라는 1976년 콩고 지역 에볼라 강가에서 발병한 치사율 60-70%에 이르는 매우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미주나 유럽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오지에서 발생한 전염병이어서 세계적으로 확산될 위험성이 적었고, 설사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가난한 지역인지라 크게 팔릴 전망도 없어 의학계가 크게 주목하지 않은 가운데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에볼라가 멀리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했지만, 교통의 발달로 언제든 지구촌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 에볼라는 더 이상 서아프리카 지역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세상에는 바이러스나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강 건너 안전지대는 없다.
유니세프는 서아프리카에서 지난 해 에볼라로 부모나 보호자를 잃은 어린이가 1만6,000여 명이나 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고아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이제 에볼라는 단순히 보건이나 질병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 양육, 위로, 돌봄이 요구되는 사회경제적이며 종교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
아직 에볼라의 정확한 역학적 원인은 잘 모른다고 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들이 고기로 먹는 과일박쥐나 이들에게 감염된 원숭이류로 추정할 뿐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태계의 파괴나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있는지 철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식물들의 식용 문제를 포함하여 사람과 동식물의 상호 관계성에 대한 신중한 관계정립도 필요하다. 풀 한 포기나 미물이라도 가볍게 여겨 무시하거나 그들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거나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에볼라는 강 건너 불이나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고통을 공감해야 할 일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책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서 지식인이란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관심을 갖고 참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공동선이나 사회 정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에볼라 퇴치를 위하여 지구시민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구하며 기도해야 한다. 에볼라 희생자를 위하여 기도하고, 백신 개발을 촉구하고, 감염자와 고아들을 돌보는 일은, 강 건너가 아닌 여기,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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