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날. 진정한 의미의 을미년 새해가 시작됐다. 갑들에 의한 꼴불견 갑질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갑오년이 가고 찾아온 을미년인 만큼 을들이 모처럼 어깨를 활짝 펴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것이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소원이다.
설날은 한해 운세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점집을 찾는 발길이 분주해 지는 절기이다. LA지역 점집은 10여 곳. 한 때 수십 개에 달하기도 했지만 디지털 기기 발달로 인터넷 상담이 가능해지고 1,000개에 가까운 사주 관련 앱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직접 점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크게 줄었다.
점집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점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하다. 인간은 미래라는 개념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달해도 미래에 대한 인간들의 불안과 궁금증은 여전하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과 불안을 예측을 통해 해소하려 든다. 점은 유구한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이런 기능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점술은 항상 과학과 배치되는 대상이었다. 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점은 결코 합리적인 미래 예측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점집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비밀을 점쟁이가 맞추는 바람에 놀랐다는 경험을 털어 놓는다. 과학은 이런 미스터리를 ‘냉독술’(cold reading)로 풀어낸다. 냉독술이란 상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기술을 말한다.
이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인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점술사들의 대표적인 냉독술 테크닉으로 치켜세우기, 이현령비현령으로 표현하기, 애매모호하게 말하기, 낚아서 찍어 놀리기, 특별한 경험처럼 보이는 평범한 경험 언급하기,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 등 6가지를 들고 있다. 여기에다 숙련된 점술가는 상대를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외모와 행동을 살펴 보는 것으로도 고객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점술을 사행술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점술가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기법을 터득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에 관한 결론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점집으로 대표되는 ‘운세산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특히 한국에서 더욱 그렇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주나 운세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이런 성향이 매우 강한 민족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런 문화적 이유와 함께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상담서비스 부족도 점술열기를 부추긴다. 점술이 제공하는 주요 기능의 하나가 바로 상담이다. 한국의 유명 역술인들이 스스로를 인생 상담 전문가를 뜻하는 ‘라이프 컨설턴트’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도의 불안을 자극해 돈을 갈취하는 일부 악덕 역술인들은 사회악이지만 대다수의 점술가들이 건네는 조언은 힐링 차원에서 받아들이면 된다. 이런 힐링은 전통적 종교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생긴 공백과 정신적 방황을 메워주기도 한다.
이렇듯 운세산업은 그 사회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것이 전례 없는 호항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요즘 들어 삶을 팍팍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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