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마다 들르는 화원에서 난을 한 주 또 구입해왔다. 연륜은 짧지만 그런대로 난 기르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중이다. 공중에 떠 자라고 있는 난, 고개가 아프도록 감상하고 있다가 꽃과 잎이 싱싱하고 뿌리가 튼튼하게 뻗어가고 있는 흑장미 색 난을 골랐다. 화분이 없고 바닥이 십자형과 네 기둥, 네모나게 만들어진 프레임에는 양 사방 아래 위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아무 방해 없이 햇빛을 충분히 받고, 마음 가는대로 쭉쭉 뻗어갈 수 있다.
집에 와서 유리 식탁 위에 걸었다. 식탁에는 난을 위하여 손바닥 크기의 침봉에 안개꽃을 가득 꽂아보았다. 눈송이 같은 작은 꽃이 한아름 뭉게구름처럼 풍요롭게 퍼져간다. 안개꽃 사이사이에 아기 주먹보다 크게 피어있는 짙고 또는 옅은 라벤더 색 카네이션 몇 송이, 가장 엷은 보라색 카네이션이 우뚝 솟아올라와 천정에서 늘어진 난의 뿌리와 손을 맞잡은 풍경은 마치 다정한 남매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 보라색 아이리스 한 다발 더 사 와서 안개꽃 사이사이에 꽂아보았다. 식탁이 화사해진 것을 본 남편이 손님상인줄 알고 자기 방으로 가서 의자를 하나 더 가지고 왔다. 이럭저럭하다보니 저녁시간이다.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멜로디가 감미롭게 흘러나오고 있다. TV 화면에는 높고 얕은 산봉우리 아래 아득히 넓은 밭에서 스페인 농부가 쟁기질을 하고 있다. 여섯 개의 현으로 연주되는 너무나 고혹적인 선율이 모든 고뇌를 흡수해 주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해준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 연주자, 자퀸 로드리게즈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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