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사월 초순 아시아 출장길에 주말을 빌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리무진 버스를 탔다. 논현동과 역삼동에 있는 세 개의 호텔을 경유해 삼성동 하얏트 호텔에 가는 경로였는데, 놀랍게도 버스는 호텔 로비 입구가 아닌 큰 대로변 건너편 길에 손님들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무거운 짐을 이끌고 지하도를 건널 생각에 막막해 하고 있을 때 한 남자 분이 횡단보도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다음날 오전, 잠실에 살고 있는 동생의 안내로 그 말 많은 제2롯데월드에 가서 점심을 먹고 싱크홀 문제로 시끄러운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하였다. 그때 어떤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십대 여학생이 벚꽃 나무 가지를 늘어뜨려 그 가지를 꺾어 귀 뒤에 꽂더니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여성의 주문(?)에 하나를 더 꺾어서는 다른 여학생의 머리에 꼽아주고는 V자를 그리며 셀카봉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옆에 있던 동생이 나를 끌어당기며 길을 재촉했고 그 뒤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보며 조금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느덧 한국을 떠나 산 지 이십년이 다 되어간다. 늘 그리운 고국이지만 막상 민낯을 마주대할 때면 낯설음에 흠칫 놀라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 물론 그 낯설음이 잊혀질 즈음엔 다시 그리움만 남아서 또 다시 간절해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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