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물들의 같은 점보다 서로 다른 점에 꽂혀버렸어.
키 큰 소나무, 구부정한 가지에 놓여있는 조그만 눈덩이,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홀로 멀리 떨어져,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개들조차 닿을 수 없지
비늘 같은 소나무 껍질에 기대어, 내가 관여 할 일 없는
어떤 존재에 충실해 있지.
다른 점,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사물을 사랑해. 그것으로 하여 나는
우주를 보고 또 경이로움에 빠지지. 세상의 모든 것은 각각의
영혼을 가진 거야. 나름대로의 삶,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스스로에 속한 작은 덩이들, 저 자신만의 별의 진흙으로 가득 차 있어.
내가 발 딛는 곳에 떨어진 잎들, 깨어져 오래된 풀잎, 얼어붙은
돌들, 모두 지상에서 가장 적절한 장소에 자리 잡고 있지, 조심스럽게,
그들 자신의 나라의 왕으로.
/ Tom Hennon(1942- ) ‘서로 다른 점을 찾아서’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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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우주로 향하는 창문이다. 높은 나뭇가지에 앉은 조그만 눈덩이 혹은 떨어져 밟히는 나뭇잎에서 시인은 완전하고 독특한 왕국들을 본다. 밖의 세상에 관여치 않고 자신만의 삶에 충실한 사물들에 도취되는 시인. 기실 우리가 사는 곳을 하나의 커다란 우주로 만드는 것은 타자에 대한 작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자기중심적 세상은 얼마나 좁고 답답한가. 나아닌 것을 향한 눈이 열릴 때 나의 영혼이 열리고, 우주가 열리고, 세상은 생명과 경이로 빛나게 된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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