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북쪽에 있는 마운트 윌슨은 남가주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의 하나다. 맑은 날은 70마일 떨어져 있는 카탈리나 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이곳은 또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은 기념비적인 곳이기도 하다.
1919년 에드윈 허블이 이곳에 세워진 윌슨 천문대에 오기 전까지 우리가살고 있는 은하는 유일한 것이며 우주는 태고 적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태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허블은 직경 100인치로 당시 세계 최대였던 후커 망원경을 이용해 그 때까지 은하계의 일부로 여겨졌던 안드로메다 성운이 사실은 우리 은하계와 맞먹는 별개의 은하임을 밝혀냈다. 현재 우주에는 우리 은하 같은은하가 최소 1,000억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이름은 천문학사에 길이 남았겠지만 그는 이보다 더 큰 발견을 해낸다. 모든 별들이 빛 스펙트럼에서 빨간 쪽으로 기울고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일수록 더 빨간 색을 띤다는 것(red shift)을 알아낸 것이다.
빛은 소리와 마찬가지로 파도이고 파도에는 파장이 있다. 이동하는 물체가 관찰자로부터 멀어지면 파장은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가까워지면 파장은 짧아진다. 앰뷸런스가 다가올수록 경고음이 높은 소리를 내다가 멀어지면 낮은 소리로 변하는 것은이 때문이다. 이를 도플러 효과라 부른다.
빛에도 마찬가지 원리가 작동된다.
빛이 주파수가 낮은 붉은 빛을 띤다는 것은 발광체가 관찰자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모든 별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전까지 우주 불변설을 신봉하던 아인슈타인도 허블의 연구결과를 보고는 우주 팽창설로 돌았고 20세기 물리학의 대부 아인슈타인마저 생각을 바꾸는 것을 보고 대다수 과학자들도 팽창설을 믿게 됐다. 이제 팽창설은 설이 아니라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우주가 지금 팽창하고 있다면 어제의 우주는 오늘보다 작았고 그제의 우주는 그보다 더 작았다. 그렇다면 광대무변해 보이는 우주도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대폭발(Big Bang)과 함께 우주가 탄생한 시점을 지금부터 138억 년 전으로 잡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처음 3분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고 있다.
대폭발과 함께 생겨난 엄청난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으며 소립자로 전환된다. 양성자와 전자 같은 이들 소립자가 결합해 수소 원자가 생기고 이들이 결합해 핵융합을 일으키며 빛을 뿜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별의 탄생이다.
숫자로 따질 때 지금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94%는 수소고 4%는 헬륨이다. 나머지 모든 원자를 다합해 봐야 2%가 안 된다. 그 2%는 모두 별의 내부에서 일어난 핵융합의 산물이다. 이것이 초신성 폭발 때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태양계 어디선가 모여 지구를 이뤘으며 인간을 비롯, 지구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몸통이 된 것이다.
어떤 공상과학 소설보다 황당하지만 진실인 이 우주의 역사가 밝혀진 것은 에드윈 허블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허블은 천문학은 물리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살아생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우주에 띄운 첫 탐사 망원경에 ‘허블’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
지난 24일은 허블 망원경이 하늘에 오른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렌즈의 초점이 맞지 않고 고장 나 여러 차례 수리를 받아야 했지만 25년 간 허블이 보내온 깊은 우주의 모습은 먹고사느라 바빠 잊고 살았던 세계의 경이로움을 새삼 일깨워주기 충분하다. 아무리 일상이 고달프더라도 때로는 머리를 들어 별을 보며 우주안의 내 모습을 돌이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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