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일 ‘첼로 연주자’
들어봐, 혹시 양동이에 담겨있는 게들을 본적 있어?
아니, 내가 말했다.
가끔씩 게 한 마리가 다른 게들을 밟고 올라
양동이 위쪽까지 기어오르곤 하지
그런데, 막 탈출하려는 그 순간에
다른 게들이 그를 잡아 끌어내려
그래?, 내가 물었다
진짜라고, 이 직업이 바로 그런 거야,
아무도 다른 사람이 이곳을 탈출하는 것을 원치 않아.
우체국이란 그런 데라고.
그래 널 믿어, 나는 말했다
그때 감독관이 와서
너희들 잡담들 하고 있었군
이 직장은 잡담하면 안 되는 곳이야, 라고 말했다
그곳에 나는 11년 반을 지냈다. 그리고는
내 의자에서 일어나
그 감독관을 밟고 일어서 그곳을 떠났다.
믿을 수 없이 쉬운 일이었지만
동료들은 한 명도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이후로 게를 먹을 때면 나는 그 곳을 생각했다
대 여섯 번은 생각했을 거다
바다가재로 바꾸기 전에
/ 찰스 브꼬브스키(Charles Bukowski, 1920-1994) ‘대탈출’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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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계급의 계관시인이라 불리는 이 시인의 시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보여준다. 수많은 직장을 전전하며 떠돌아다녔던 그는 어느 곳에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 어느 곳도 그를 자유롭게 한 곳은 없었던 것이리라. 양동이 속의 게와 같던 지난날이 떠올라 게 대신 가재를 먹게 되었다는 표현은 그의 체험이 일종의 길고 느린 일상의 트라우마였음을 보여준다. 찬반이 엇갈리는 생애를 살았지만 좋은 인용구를 참 많이 남긴 시인이기도 하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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