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를 하거나 꼭 무엇을 얻고자 해서 참석한 여행은 아니었다. 잠시의 쉼을 얻고자, 잠시 북적이는 나의 삶의 터전을 떠나 조용히 여러가지 생각해 보고자 시작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 여행으로 나의 발걸음을 움직이셨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의 무덤이나 생가 같은 것은 남기지 않으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분명한 의도와 뜻이 들어간 결과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디나 조나단 에드워즈 등이 사역했던 교회,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집을 남겨주신 이유도 분명 하나님의 계획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첫째날 새벽같이 모여 우리는 달리고 달려 조나단 에드워즈가 사역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멋진 교회, 높은 강단, 화려한 스태인글라스 그리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고색창연한 이 교회의 모습은 저절로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뒤로 하고 그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왜 이 교회가 가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교회였는지도 모른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잠시 멍한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설교단의 에드워즈를 떠올리고, 텅빈 교회를 보며 이곳에서 성령의 충만함으로 예배드렸을 수많은 성도들을 떠올려 보았다. 하나님은 왜 나에게 오늘 이 교회를 보여주셨을까?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을 보길 원하셨을까?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이 시대의 텅빈교회들에 넘치는 주님의 영광이 흘러나길 소망해본다.
교회의 오른쪽 벽면에 있던 조나단 에드워즈의 부조상은 마치 우리에게 무엇인가 요구하는 듯 보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조상이었지만 그 부조상은 간절히 교회를 지키고 싶은 에드워즈, 복음을 증거 하고픈 에드워즈의 모습을 담아내는 듯 했다. 헤르만 바빙크는 그의 저서 ‘개혁교의학’에서 교회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중심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유익을 소유한 자들의 공동체는 교회라는 이름을 지닌다’라고 했다. 바빙크가 이야기하는 교회의 핵심에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이 땅 가운데 ‘교회’라는 이름이 가장 거룩해야 할 이유는 바로 이 사실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 본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에드워즈는 이 교회가 자신이 사역했던 교회로 유명해지길 원했을까? 그는 아마도 이 교회를 통해 단지 예수 그리스도가 전해지길 원했으리라.
프로비던스의 교회도 아직 멋지게 그곳에 서 있었다. 도시 전체가 역사의 현장이었던 프로비던스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1700년대 1800년대에 지어졌던 건물들….모두가 힘겨운 삶을 신앙으로 이겨내며 살았을 그 삶을 떠올리며 지금의 프로비던스를 생각해 보았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하나님의 뜻이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역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의 역사는 어떠한 모습으로 후손들에게 기억될까? 아니 어떤 모습으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남길 수 있을까? 조나단 에드워즈, 무디, 로저 윌리암스 등 많은 신앙의 영웅들은 치열하게 믿음을 살아내었다. 우리는 이 불신의 시대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후손들에게 예수를 남길 수 있을까?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여행을 허락하신 이유는 우리의 선한 싸움을 위해서였으리라 생각한다. 힘들고 또 어떻게 보면 이런 여행이 아니었다면 평생 볼 수 없는 장소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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