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한국 여자축구팀이 첫 경기서 브라질에 0-2로 아쉽게 패했다. 여자 축구팀은 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벌어진 2015 FIFA 여자월드컵 브라질과의 E조 1차전 경기서 어이없는 수비실책으로 두 골을 내주며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한국 여자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승리는 오는 13일 치러지는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로 미뤄지게 됐다.
오랜만에 큰 무대에 선 탓인지 브라질 전에서 한국선수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이 수비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패배의 빌미가 됐다. 하지만 경기 후반 조직적인 패싱이 이뤄지면서 한국은 여러 차례 브라질 골문을 위협했다. 월드컵 무대에 점차 적응하면 경기력도 살아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 여자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010년 어린 선수들이 17세 이하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과 3위라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여자축구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전체 등록 선수라고 해 봐야 2,000명도 되지 않고 성인리그인 WK리그는 고작 7개 실업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백만명의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대학 여자축구팀만도 수백개에 달하는 미국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시아의 여자축구 강국인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북한보다도 인프라가 훨씬 못하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중국, 일본, 북한과 대등한 실력을 보이고 월드컵 본선에까지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선수들 가슴 속에는 무관심과 홀대로 인한 서러움이 응어리져 있었던 것 같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 열린 출정식에서 선수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전가을 선수는 “대한민국에서 여자 축구선수로 산다는 것이 그동안 너무나 외로웠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한창 멋 낼 나이에 뙤약볕 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힘들게 훈련해 온 지난 시간의 기억과 모처럼 받게 된 관심이 교차하면서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한국의 1차 목표는 16강 진출. 첫 경기서 패했지만 실망하기엔 너무 이르다 남은 상대인 코스타리카와 스페인의 전력은 브라질에 미치지 못한다. 약체 코스타리카를 잡고 스페인과 무승부만 기록해도 가능성이 있다. 24개 팀 가운데 16개 팀이 올라가기 때문에 조 3위로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또 내친 김에 8강, 4강까지 올라 2004년 그리스 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안겨줬던 ‘우생순’의 감동을 다시 한 번 안겨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메르스 사태로 우울한 한국 국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캐나다는 한국 스포츠와 인연이 깊은 땅이다.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소식이 날아온 곳은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또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래서인지 이번 월드컵의 느낌도 좋다.
여자 축구선수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은 좋은 성적과 국민들의 응원뿐이다. 남자축구에 쏟는 열정과 애정의 절반만이라도 외로운 여자선수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코스타리카와는 이번 토요일 오후 4시, 스페인과는 17일 오후 4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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