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빗 별장에서 아들 부시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하고 돌아오자 온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인터넷과 일부 언론을 통해 부풀려 지면서 이명박은 졸지에 골프 대접을 받고 국민의 안전과 주권을 미국에 팔아넘긴 매국노로 몰렸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고 설욕의 기회를 노리던 야당과 한미 FTA에 반대해오던 반미 세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일 수 만 명이 서울 시내 한복판으로 몰려 나와 촛불시위를 벌이며 이명박 퇴진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외쳤고 ‘재미 동포들도 미국 쇠고기는 안 먹는다’느니 ‘한국 사람들은 광우병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가졌다’느니 근거 없는 헛소문이 돌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여중생들은 울며불며 길거리로 뛰쳐나와 “명박아, 미친 쇠고기 너나 먹어라”를 외쳤고 이들을 달래고 안심시켜야 했을 일부 언론들은 이들이 잔다르크라도 되는 양 부추겼다.
그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언론과 시민단체 관계자 중 당시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람 또한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한 달 간 메르스만큼 언론을 뜨겁게 달군 뉴스가 있을까. 5월말 중동을 여행하다 감염된 환자가 귀국해 퍼뜨린 메르스는 지금까지 182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고 33명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감염과 사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던 광우병과는 다르다.
그러나 공기만으로는 전염이 안 되고 환자의 침이나 체액이 묻어야 옮겨진다는 점에서 메르스는 전파력은 크지 않은 병이다. 손을 잘 씻고 샤워만 자주 해도 걸리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 이야기다. 감염환자의 대부분이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거나 가족이었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사망자 33명은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미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건강한 사람이 메르스만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연일 쏟아지는 메르스 겁주기 기사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려던 여행자 30%가 계획을 취소했고 그 바람에 방학 철 성수기임에도 한국 행 비행기에 빈자리가 생겼다. 옆자리가 비어 편안히 한국 여행을 하기는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요즘 한국 방문객들은 말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4,800명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80년대 말 1만 명이 넘던 것에 비교하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인구 비율로 따져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메르스로 죽은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해 사태를 키운 한국 정부와 병원은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하고 방역 체계도 개선해야 하겠지만 이것이 한 달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언론에서 떠들 만큼 위험한 질병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막상 한국에 들어와 보면 이 문제로 걱정하는 국민도, 마스크를 한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문제를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연결시켜 ‘제2의 광우병’으로 만들려던 일부 단체들의 시도가 실패한 것을 보면 그만큼 한국 사회가 성숙하기는 했나 보다. 한국 여행 계획을 메르스 때문에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 한국 방문객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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