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친할아버지는 독일인이다. 1885년 이민 와 미국 시민이 됐지만 결혼은 독일에 가서 했다. 그의 어머니도 스코틀랜드 루이스 섬에서 태어난 이민자다.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난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 비하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범죄자와 마약 딜러, 강간범을 국경 너머로 보내고 있다며 멕시코와 멕시코 인들을 모욕했다.
그의 이 발언 이후 NBC와 유니비전이 그가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미스 유니버스 등 미인대회 방영 중단을 통보했고 PGA와 ESPN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 코스에서 대회 여는 것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의 그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그는 24%의 지지율을 획득했는데 이는 2위인 스캇 워커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조사는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을 모욕한 발언 직후 실시된 것이라 그 여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그의 인기가 앞으로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매케인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공화당의 “미친 사람들”로 매도하자 “매케인은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쏘아부쳤다. 매케인은 월남전 때 해군 조종사로 월맹을 폭격하다 격추돼 포로 생활을 했는데 자기가 보기에는 적에게 붙잡힌 사람은 영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트럼프를 비난하고 매케인을 옹호했지만 잇단 트럼프의 돌출 발언과 그럼에도 상승일로를 달리고 있는 그의 인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명백한 라티노 이민자 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때마침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 피어 14에서 중범죄를 저지르고 다섯 번이나 멕시코로 추방된 불법체류자가 미국 여성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은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일부의 편견을 확인시켜줬다.
그러나 이민자는 미국 태생보다 일반적으로 범죄율이 낮으며 불법 체류자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 전문가들 이야기다. 범죄를 저지를 경우 추방될 가능성이 높은 불법 체류자들은 죄를 짓는 것을 합법 체류자보다 더 꺼린다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후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하며 플레이보이 생활을 해온 그가 미국을 위해 싸우다 수년간 포로와 고문과 학대를 경험한 매케인을 비웃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이 지난 5월 이후 여섯 배나 뛰어올랐다는 것은 한 가지를 말해준다. 사람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마음에 있는 말을 속 시원히 털어놓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 필요한 당내 보수파와 본선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라티노 유권자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동안 트럼프는 당내 보수파 정서를 화끈하게 대변해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냈다.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욕을 먹어가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광대 트럼프로서는 다른 후보들이 뭐라 하든 잃을 것이 없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입장은 다르다. 트럼프 같은 인물이 주목을 받을수록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설쳐대는 것을 방관하는 정당은 패해 마땅하다. “정치 참여를 경멸하는 인간은 자기보다 못난 인간에 의해 지배되는 벌을 받는다”던 플라톤의 말이 떠오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