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를 타고 방영되는 드라마는 거의 패턴이 정해져 있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집 자식이 부모의 반대 속에 연애를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난한 집 자식이 재벌 집에서 옛날에 잊어버렸던 자식으로 밝혀지고 일약 신데렐라가 돼 행복을 찾는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요즘 웬만한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된 일자리 찾기가 어렵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돈 많은 집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과 성공의 척도가 된 느낌이다. 하긴 신데렐라도 가난한 여성이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일은 아닌가 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재벌가들은 도대체 얼마나 행복한 것일까. 한국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현재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다. 그는 쓰러지기 전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친형을 “내놓은 자식”으로 맹비난 했다. 늘그막에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한 형도 그렇지만 그 형을 공개적으로 욕한 동생도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형제 간 소송은 동생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이제 와서 누가 이겼느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재벌 형제간의 다툼은 삼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40대 재벌 중 재산을 놓고 형제간에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곳은 절반에 가까운 17 군데에 달한다. 공개적으로 소송을 한 곳이 이 정도니까 내부적으로 조용히 싸우고 있는 곳을 합치면 다투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삼성의 영원한 라이벌 현대도 정주영 사후 자식들 사이 소위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한진은 조남호와 조정호가, 한화는 김호연과 김승연이, 금호도 박삼구와 박찬구의 소송전이 벌어진 바 있고 효성은 조현문이 형과 동생을 수사해 달라며 아예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런 재벌가 형제간의 싸움에 롯데도 이름을 보태게 됐다. 롯데를 세운 신격호 회장(93)이 28일 롯데의 모회사인 일본 롯데 홀딩스 대표 이사직에서 전격 해임된 것이다. 신회장은 그 전날 둘째 아들 신동빈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가 이사회 소집 없는 해임 통고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거꾸로 이사회로부터 해임을 당했다. 업계에서는 신회장이 장남 신동주의 편을 들다 둘째 아들의 반격에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90대 고령에 자식들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로서의 심정도 오죽할 텐데 자신이 평생 일군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마음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신회장은 옛날 라면 사업을 놓고 동생인 농심의 신춘호 회장과 다툰 바 있는데 자식들도 이를 보고 배운 모양이다.
이번 싸움은 일단 동생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형과 동생의 지분이 비슷하고 다른 친척 가운데도 지분을 가진 이들이 많아 앞으로 싸움이 계속될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간은 어차피 하루 세끼 이상 먹지 못한다. 요즘은 장수하려면 한 끼만 먹으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형제끼리 치고받는 재벌가 인물 중 밥을 굶지 않기 위해 싸우는 사람은 없다. 돈은 정말 형제간 의를 상해 가면서까지 모으고 또 모을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인간은 도대체 얼마나 어리석은 동물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