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테러는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스캔들 때문?
■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 래리 플랜트·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지음·메디치 펴냄
위대한 인물의 은밀한 사생활만큼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가 있을까. 심지어 그 사생활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대한 사건의 배후에 큰 힘을 미쳤다면.
성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랜트가 정치사 교수 데이비드 아이젠바흐와 손을 잡고 역대 미국 대통령의 성(性) 스캔들을 낱낱이 파헤친 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이 번역 출간됐다.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로부터 그 유명한 빌 클린턴의 스캔들까지, 대통령과 영부인의 사생활이 미국을 움직인 정책 결정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책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아내를 사별한 3년 후인 마흔 세 살 14세 혼혈 노예 샐리를 첩으로 삼아 여섯 명의 아이까지 낳게 했다는 추문에 시달렸다.
노예제도를 격렬하게 반대하던 지역인 미국 북부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출신인 제임스 뷰캐넌은 대통령 재직 시절 노예제와 남부를 지지했는데, 저자들은 이유를 그의 동성애적 기질에서 찾는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총각 대통령이었던 뷰캐넌은 남부 앨라배마 주 출신 정치인이자 노예 소유주였던 총각 부통령 윌리엄 루퍼스 킹과 ‘파트너’ 관계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들은 위대한 노예해방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의 신화 또한 그의 성적 취향에서 발현됐다고 본다. 저자들은 링컨에 동성애적 기질이 있었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억압됐고 그 사실이 링컨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링컨은 동포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노예 해방-을 한 후에야 비로소 자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말을 절친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저자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을 영부인 엘리너와의 맞바람에서 찾았다는 다소 엉뚱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스캔들이 없었다면 9.11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8년 12월 클린턴 대통령 앞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항공기 납치 등 테러 행위를 준비중이라는 보고서가 올라왔지만 르윈스키 스캔들에 온통 에너지가 집중돼 제대로 테러에 대한 대처를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들은 이처럼 지도자의 사생활을 하나하나 들추어내고 그에 대한 도덕적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치인의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막는 것은 그들의 사생활이 아니라 그 스캔들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반대편의 정치인들과 언론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미국처럼 정치지도자가 흠결 없는 사생활을 유지하기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유럽처럼 대수롭지 않은, 혹은 성인들의 당연한 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20세기 초반에는 미국 기자들이 정치인의 사생활 보도를 금지하는 윤리 강령을 채택했지만 최근 타블로이드 언론의 등장 등으로 백악관의 성생활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성 스캔들과 추문에 휘말려 옷을 벗는 고위 공직자가 부쩍 늘었다. 미국의 경우처럼 우리 역시 성 스캔들이 정치 정적을 제거하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정치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모든 실패와 성공 이유를 성적인 부분에서만 찾고 있다는 점은 과한 구석이 있다. 독서 시 유의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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