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자 ‘구의 음악’
이건 영화 제목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를 보고 싶군요.
하마만이 가질 수 있는 짧은 다리와
큰 머리를 가진 그들을 난 좋아하니까요,
수백 마리 하마가
천천히 흐르는 강가의 진흙 속에서 즐겁게 놀고
나는 컴컴한 동네 극장에서 팝콘을 먹겠지요.
크고 탄탄한 이빨이 죽 줄을 선
큰 입들을 떡, 벌릴 때면
난 콜라를 벌컥 벌컥 들이킬 것입니다.
극장에 앉아서
물속에서 하마와 함께 노는 거죠.
정말 멋진 영화를 보는 일이란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는지요.
심술궂은 평론가들만이 캐어 묻겠지요?
이러쿵 저러쿵, 휴일이 어쨌다느니 말입니다.
/ 빌리 컬린즈 (1941- ) ‘하마의 휴일’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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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처럼 빈둥거리는 휴일이 가장 휴일다운 휴일일 것 같다. 시인도 사업가도 웨이터도 퀵 서비스 맨도 휴일엔 빈둥거려야 한다. 따진다거나 비판하는 것은 물론, 생각을 많이 해서도 안 된다. 진흙 속의 하마처럼 휴일엔 그냥 멍청해야 한다. 뭔가 바람직한 것을 해야 한다면 휴일이 아니다. 그건 일하는 날일 테니까 말이다. 휴일엔 다 내려놓고 쉬자. 똑똑하지도 훌륭하지도 말자. 헐렁한 셔츠에 슬리퍼를 끌고 뚱뚱한 하마처럼 놀자, 휴일엔.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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