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남침인가 북침인가. 북침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69%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이 이 같은 대답을 했다. 사람들이 경악했다. 결국 대통령도 한마디 하고 나섰다. 도대체 학교당국은 어떤 역사 교육을 해온 것인가 하는 일갈을 했던 것이다.
문제는 역사교육이 아니었다. 국어교육, 더 정확히 말해 한자(漢子) 교육에 있었다. 외국이나 외부세력의 침략은 외침(外侵)으로 정의된다. 그러니 북으로부터의 침략은 북침(北侵)이다. 남이 북을 침공하는 것은 남침(南侵)이고.
대다수 고교생들은 그런 식으로 북침과 남침을 해석하고 있었다. 때문에 6.25는 북침에 의한 전쟁이란 답을 했던 것이다. 2013년 6월, 그러니까 2년여 전의 일이다. 그 해프닝은 그렇다고 치고 그러나 여전히 찜찜한 게 젊은 세대의 안보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천안함 사태를 정부조작으로 생각한다. 북의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다. 그게 적지 않은 대한민국의 20대들의 생각이라는 거다. 그러니….
그런데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화 ‘연평해전’이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우파가 만든 선전용 영화라는 이데올로기 성 공격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600만이 넘었다. 그리고 그 절반 이상은 20대였다. 제작비 조달을 위한 인터넷 모급에도 20~30대 비율이 80%를 차지했다.
‘지뢰남침’에 이어 북한은 경기 연천에 포격도발을 자행해 왔다. 그 잇단 도발 가운데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도 젊은 세대의 결연한 대북관(對北觀)이다.
“북한에 당하지만 말고 당당히 맞서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 넘쳐난 20·30대의 글이다. 국방부 페이스 북에는 호국의 의지를 담은 젊은 세대의 글이 봇물을 이루었다.
제대를 바로 앞둔 일부 병사들이 제대연기를 자청한다. 재 입대를 해 가족과 사회를 지키겠다는 예비역 병사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남편을 전선에 보낼 준비가 돼 있다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마치 북한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 항상 들고 나오는 것이 음모론이었다. ‘대한민국의 20대’ 하면 떠올려지던 이미지였다. 그런데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무엇이 가져온 변화인가.
김정은 피로증세가 아닐까. 도발에 또 도발, 그리고 피의 숙청 연속이다. 거기에 피로감을 느낀다. 그게 계속되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적대감이 가중되어 온 것이다. 뭐랄까. 피로 얼룩진 김정은 체제의 실체를 직시하게 됐다고 할까.
관련해 새삼 주목되는 것이 지난 연초 아산재단이 발표한 여론조사다. 대한민국의 20대들 중 상당수는 북한을 다른 나라로 생각하고 있고 남과 북간의 차이점에서 가치관을 그 중요 이유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니 무조건…’식의 민족주의 개념이 젊은 세대에서는 잘 안 통한다는 것이다.
기대했던 남남갈등도 없었다. 민심동요도 없었다. 오히려 드러난 것은 젊은 세대의 결연한 항전 의지다. 김정은의 연천포격 도발은 아무래도 대 실패작으로 그친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