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19일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508 포인트가 떨어지며 173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루에만 다우 주가 총액의 22.6%가 증발한 것이다.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이날 낙폭은 지금까지도 하락 비율로는 사상 최대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하자 사람들은 대공황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며 전전긍긍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였던 대공황도 ‘검은 월요일’과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1929년 10월 28일과 29일의 주가 폭락이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는 달리 미국 경제는 87년 증시 추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날 폭락의 원인을 놓고는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그동안 과도하게 오른 증시의 조정이었다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다. 1982년 777로 바닥을 친 다우 산업 지수는 그 후 5년간 중단 없는 전진을 계속해 1987년 8월 2700대까지 올랐다. 5년 사이 3배가 넘게 상승한 것이다. 87년 8월까지 만 해도 전년 종가에 비해 44%가 올랐다.
그러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오자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0월14일 다우 산업 지수는 당시로는 최대인 3.8%가 빠졌고 다음날은 2.4% 더 내려가면서 8월 최고치에서 12% 하락했다. 그러다 16일 4.6% 더 빠진 후 월요일인 19일 대폭락을 기록한 것이다. 1929년의 주가 대폭락과 1987년의 대폭락이 모두 가을(fall)에 일어난 것은 가을에 떨어지는 것이 낙엽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폭락에도 불구하고 1987년 다우 지수는 상승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 연초부터 여름까지 얼마나 올랐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1989년 초 1987년 최고치를 회복했다. 미 증시는 1990년 여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할 때까지 계속 올랐고 미국 경기도 좋았다. 1987년 사태는 주가 폭락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고 주가 폭락이 무시해도 좋을 사건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1929년 대공황도, 2007년 금융위기도 주가 하락과 함께 왔다. 주가는 6개월에서 1년 먼저 실물 경제의 흐름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경제 예측 자료로 쓰인다. 투자가들이야말로 경기 변화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중국 버블 붕괴의 여파가 세계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월요일인 24일 상하이 지수가 8% 이상 급락하자 일본과 인도, 유럽 증시 모두 5% 폭락했다. 뒤늦게 문을 연 뉴욕 증시도 개장 초 다우 산업 지수는 1,000 포인트 폭락으로 출발해 낙폭을 줄이기는 했으나 588 포인트 떨어진 15,871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최고치에서 10% 이상 떨어진 ‘조정’(correction) 국면에 공식 진입했다.
이번 주가 폭락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우 지수는 2009년 3월 6,600에서 올 5월 18,200대로 6년간 3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 거품도 많이 낀데다 호황 장세(bull market)의 평균 수명이 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주식을 끌고 가던 황소는 많이 지친 상태다. 거기다 중국발 대형 악재가 터지자 견딜 수 있는 힘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 주식은 10% 정도 빠졌지만 중국 수출에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독일의 DAX 지수는 이미 20%가 폭락했다. 중국 경제가 당분간 좋아지기 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계절적으로 9월과 10월은 주가가 주로 떨어지는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당분간 세계 주가는 하락세를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가 하락과 함께 투자가들이 안전 자산으로 선호하고 있는 연방 채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번 주가 폭락이 1987년 판이 될지, 2007년 판이 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당분간 주식 근처는 가지 않는 게 안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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