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민간인과 경찰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달 29일 텍사스에서 한 흑인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경관을 처형식으로 살해해 충격을 안겨주더니 이번에는 플로리다에서 경찰이 상의를 벗고 양손을 든 용의자를 총으로 살해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에는 시카고에서 3명의 범죄자가 경찰을 살해한 후 도주했다. 과거에도 이런 사건들이 간혹 있었지만 그 빈도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미국인은 모두 461명. 하루에 2.5명꼴로 경찰 총에 숨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대부분은 범죄자들로 경찰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무장 상태에서 총을 맞아 숨진 사람이 51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경찰 총에 숨진 민간인들 가운데 정신질환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자들은 대개 자살에 가까운 행동을 하다 경찰의 총격을 받는다. 따라서 경찰이 좀 더 정교하고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민간인들만 마구 당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희생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흑인들에 대한 과잉진압 논란이 이슈화되고 경찰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면서 경찰관들을 노리는 공격은 더욱 흉포화 되는 추세다.
민간인들과 경찰 간에 비극적 사건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의 밑바닥에는 증오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민간인, 특히 흑인들이 경찰에 총구를 겨누는 것은 증오에서 비롯되고 경찰은 두려움 때문에 민간인에게 총을 발사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증오와 두려움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총격은 한층 더 늘어난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의 추이를 보면 증오와 두려움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 선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 정도다.
이런 증오와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주범들 가운데 하나가 언론이다. 언론은 범죄 현실을 고발하고 뉴스 수용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자는 소명감에서 폭력이나 범죄를 다룬다. 하지만 언론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자칫 전달방식이 상업성과 맞물릴 수 있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수용자들의 뇌는 더욱 더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텍사스 경찰 살해범은 자신이 ‘조승희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흉내 낸 콜로라도 오로라 극장 총격, 영화 ‘매트릭스’를 모방한 부모살해 사건 등 미국은 모방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간인과 경찰이 서로 총을 겨누는 사건이 갈수록 빈발하는 데는 이런 모방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항상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위험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경찰에게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제동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이런 제동능력을 마비시켜 버리곤 한다. 경찰을 뽑을 때 적성을 잘 살피고 뽑은 후에는 철저히 훈련을 시켜야 하는 이유다.
언제나 이런 증오와 두려움의 비극적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언론의 절제 있는 보도, 경찰의 대응 훈련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 1인당 1자루 꼴로 범람하는 총기를 규제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의미 있는 진전도 이뤄낼 수 없다. 증오와 두려움이라는 인간 감정의 통제보다는 총기규제가 그나마 조금은 더 쉽고 가능한 일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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