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2008~2009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2012년)에 이어 10년 내 세 번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델리티의 도미닉 로시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최근 발생한 세번째 디플레 물결은 신흥국 위기로부터 발생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위기는 원자재, 부채, 주식, 실물 경제의 동요를 거쳐 외환시장의 혼란으로 본격적으로 점화했다.
시장은 중국 경기 우려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하가 신흥국 위기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각종 부양책에도 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살리려고 중국 당국이 ‘환율카드’까지 내놨다는 해석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중국발 쇼크로 자원 수출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는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통화가치가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의 통화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해로 예고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반영 효과’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신흥국 경제에는 악재였다.
중국발 악재 등에 따른 이번 디플레 위기국면에서는 가격과 규모의 동시 충격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디플레에 따른 규모의 감소는 세계 무역통계에서 보다 선명하게 나타났다.
중국의 저성장과 유럽 경기 회복의 지체 등으로 올해 상반기 세계 교역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한 1999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신흥국들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자국 통화 평가절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수출은 늘지 않고 수입량만 줄어들면서 세계 무역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107개 신흥국의 통화가치 변화와 교역량을 조사한 결과, 통화가치가 1% 하락할 때마다 해당국의 연간 수입 물량은 0.5% 줄어들고 수출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FT는 보도했다.
로시는 “세 번째 디플레 물결로 가격 하락 압력은 계속되고 신흥국의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생산량의 추가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디플레 위기 국면에서 예고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설상가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 침체가 심해지면 저성장과 저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로시는 “미국의 긴축과 달러 강세는 디플레이션 동력을 더 강하게 할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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