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이민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80년대 초 미국에 온 한인들은 두 가지에 놀라곤 했다. 하나는 수퍼 마켓에 진열된 어마어마한 물건들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구경도 못하던 수많은 생활 용품과 식품들이 축구 경기장만한 가게 진열대에 가득 차 있던 모습은 그 때까지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가난했던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는 교통질서다. 수많은 차들이 로컬 도로와 프리웨이를 가득 메우며 달리면서도 차선이 합쳐질 때는 한 사람씩 양보하고,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는 차가 끝까지 기다리는 등 운전 법규를 꼬박꼬박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은 당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퍼 마켓의 풍요로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칠어졌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느낌이다. 빨간 불로 바뀌었는데도 전속력으로 길을 건너고, 조금만 틈새라도 보이면 마구 끼어들고, 보행자가 있건 없건, 지나가는 차가 있건 없건, 스탑 사인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조금만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면 경적을 울려대는가 하면 가는 길을 막아서는 ‘보복 운전’에다 심지어는 총격을 가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국립 안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2007년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미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8,63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에 비해 14%가 증가한 것이다. 병원 신세를 진 중상자 수만 220만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고가 늘어난 주원인으로 경기 회복을 꼽는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취업자가 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차를 몰고 다니는 일도 늘어났고 따라서 교통사고도 많이 난다는 것이다. 작년보다 기름 값이 30% 떨어진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난폭 운전이 얼마나 사고 증가에 기여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잘못된 운전 습관이 사고와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는 있다.
모든 운전 사고의 27%는 텍스팅이나 셀폰을 하다 일어난다. 이것만 안 해도 사고를 27%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AT&T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70%가 셀폰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61%가 텍스팅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운전 중 텍스팅을 하면 사고율이 8배가 늘어난다.
10대 자녀를 둔 경우 운전 중 통화나 텍스팅 위험을 줄이게 카풀을 하면 어떨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사고율을 3배나 높인다. 승객이 하나 탈 때마다 사고 위험은 44% 증가하며 4명이 타면 사고 가능성이 4배가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운전을 해도 한 두 번은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이런 일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조금 억울해도 약간 손해를 보고 양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죽음 중에 안 억울한 죽음은 별로 없겠지만 부주의한 운전이나 난폭 운전, 음주 운전 등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사고를 내 죽는 것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안전 운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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