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벌저(자니 뎁)는 파리잡듯 사람을 죽인다.
[블랙 매스 (Black Mass) ★★★½]
1970년대 보스턴 남부의 서민층 동네를 말아먹던 악명 높은 ‘윈터힐 갱’의 두목인 아일랜드계 킬러 갱스터 지미 ‘와이티’ 벌저의 실화로 연기가 좋고 기능적으로도 우수하고 재미도 있지만 보통 갱영화의 범주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피 끓는 열기와 심연 같은 어둠이 존재하는 대신 얘기를 너무 말끔하고 1차원적으로 끌고 가 흥분이 안 된다.
제프 브리지스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크레이지 하트’를 만든 스카쿠퍼 감독은 마치 내 영화는 갱영화라기보다 인물과 성격 위주의 드라마라는 듯이 연출하고 있는데 따라서 긴박감이나 스릴이 미약하다.
과거 많이 본 또 하나의 갱영화라는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볼만한 것은 지미 역의 자니 뎁의 꿈에 볼까 겁나는 사악하고 잔인하며 또 뱀 같이 교활한 연기. 오스카상을 노린 연기인 듯 한데 최근 잇달아 흥행에 실패한 오점을 회복시켜 줄 만한 영화로 그의 연기만으로도 가 볼만하다 영화는 지미를 배반한 그의 측근 졸개들이 경찰에게 지미의 비행을 까발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1975년.
지미는 보스턴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친절하고 또 때론 도와주는 지미를 마치 로빈 후드로 여기고 지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지미에게 그의 어릴 적 친구로 FBI 요원이 된 존 카널리(조엘 에저튼이 잘 한다)가 찾아와 이탈리안 마피아를 제거하기 위한 밀고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 대신 FBI가 지미의 범죄행각을 못 본 척하면서 사실 존은 지미의 공범이 되다시피 한다. 지미의 일당과 동네사람들은 똘똘 뭉쳐 서로 간의 충성이 삶의 신조이다시피 한데 존도 이 때문에 더 지미의 범죄를 묵인한다.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주 상원의원인 지미의 동생 빌리(베네딕 컴버배치). 그러나 형제간의 드라마는 충분히 개발되지 못했다. 범죄왕국의 왕 노릇을 하던 지미(현재 86세)는 결국 자기 졸개들의 배신으로 도주해 15년간을 숨어 살다가 2011년 캘리포니아의 샌타모니카에서 체포돼 현재 옥에서 두 번의 종신형을 살고 있다.
가운데 머리털이 다 빠진 채로 검은 안경에 점퍼를 입고 썩은 이빨을 보이면서 잔혹하고 뻔뻔한 모습을 과시하는 뎁의 연기가 일품이다. 안경을 벗으면 마치 송장의 죽은 눈동자로 응시하는데 소름 끼친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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